우리의 몸은 100%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잠재된 작은 질환은 안고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입안의 모든 치아가 병이 없거나 치료가 완료된 상태로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병소(병원균이 모여 있어 조직에 병적 변화를 일으키는 자리)를 그냥 지켜보는 경우가 있다. 대개의 경우 관리만 잘 해주면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환경을 만나면 급격히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한 이유이다. 즉 평범한 일상적 시간의 흐름에서는 건강에 유해하지 않지만, 우리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는 특별한 시간에는 서로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 나쁜 방향으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해가 뜨고 또 지고, 지구의 자전과 공전으로 시간은 연속성을 가지고 흘러간다. 지구의 역사가 45억 년이면 공전을 45억 번 했다는 것이다. 이제 새해가 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공전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우리가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시간은 연속적으로 흐르고 있다. '헬라어'에는 이런 시간을 연대기적 시간 크로노스(chronos)라고 한다. 그리고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라고 해서 구분해 사용한다. 즉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 문명을 꽃피운 것이나, 내가 태어난 것은 나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구에 부여한다는 시간의 개념이다.
프랑스 출신의 어느 과학 철학자는 시간은 본질적으로 비연속적인 것으로 영화처럼 흐르는 것이 아니라, 만화처럼 단락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즉 시간의 흐름을 영화의 관객처럼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만화의 독자처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간의 각 단락을 조작하여 조합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시간에 매여 있지 않고 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베토벤이 '운명'을 작곡한 시간이나,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 시간의 단락은, 마치 멈추어 진 것처럼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런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라고 하고, 비연속적인 단락이라고 하며, 수직적 상승이 일어나는 시간의 용오름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의미가 부여되는 이런 시간들은 부단한 노력과,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이 주는 결과물이다.
연습은 일반인을 전문가로 만들고, 긴 시간 동안 각고의 훈련은 마침내 상승작용을 일으켜 시간의 단락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바둑판 앞에서 이창호의 1분은 일반인의 몇 시간과 같을 것이다. 물리적 시간의 길이는 서로가 같겠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각고의 노력이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시간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은 시간의 노예가 되어 그리고 그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며 허비한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시간에 쫓겨 환자를 치료한 적은 없는지,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 우리 모두가 시간의 용오름을 맛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최성진(최진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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