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애완동물, 그래도 주의! 병 옮길라

입력 2007-01-25 07:20:50

몇 달 전 아버지를 졸라서 푸들을 기르게 된 민지(10·대구 달서구 상인동)는 방학을 맞아 학원에 다니는 시간을 빼면 거의 푸들과 함께 지낸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재채기가 심하고 콧물이 줄줄 흘러서 소아과의원을 찾았다. 개의 털이 한동안 잠재돼 있던 민지의 알레르기 비염을 자극하게 된 것. 아버지는 민지에게 푸들을 다른 집에 주자고 했지만 훌쩍이는 민지의 애원을 저버릴 수 없었다. 협상의 끝은 비염이 나을 때까지 '접근 금지령'.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많다. 애완동물을 기르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개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좋다고 한다. 영국의 일간신문 인디펜던트는 '간편하고 효과적인 웰빙 방법 20가지'를 소개했는데 이 중 하나가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애완동물로 인해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집 안에서 기르는 동물이 병들거나 기생충을 갖고 있다면 사람에게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애완동물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병

애완동물이 사람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알아둬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동물의 털이나 비듬, 진드기 등이 알레르기성 질환을 악화시키는 경우이다. 알레르기 전문의들은 동물의 털은 천식이나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천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개나 고양이 등 털이 있는 동물을 기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묘조병도 조심해야 한다. 고양이의 침에 섞여있는 세균이 사람에게 옮아서 생긴다. 이 병은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상처 부위가 욱신거리며 아프거나 심하면 임파선이 붓고 통증을 유발한다. 눈에 감염되면 결막이나 눈꺼풀이 붓고 충혈된다.

고양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또 다른 병은 톡소플라스마증. 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기생충(원충)이 고양이의 대변에 섞여 있다가 사람에게 전염돼 발생한다. 류성열 계명대 동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애완동물로 인한 질병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톡소플라스마증인데 배설물을 만지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병에 걸리며, 호흡기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며 "이 병에 걸리면 열이 나고, 임파선이 붓게 된다."고 했다.

개의 배설물을 통해 톡소카리아시스란 기생충이 사람에게 감염되기도 한다. 이 같은 병은 만성질환자나 허약한 사람, 신생아가 감염되면 위험하다.

도마뱀, 이구아나, 거북이 등의 파충류는 살모넬라균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파충류의 피부에 살고 있는 살모넬라균은 사람에게 심한 식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이것만은 조심

애완동물의 배설물이나 배설물이 묻은 물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만졌거나, 대소변으로 더러워진 카펫을 청소하고 난 뒤에는 바로 비누로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밑까지 잘 씻어야 한다. 칫솔 같은 것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애완동물이 귀엽다고 입을 맞추거나 코를 비비는 행동, 음식을 함께 먹는 일은 병균을 나눠 갖자는 행동과 다름없다. 동물을 만진 손으로 자신의 입이나 코, 눈 등을 만지지 않도록 한다.

동물의 기생충은 대개 흙이나 물을 통해 전파된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놀이터처럼 애완동물이 자주 오가는 곳에서 흙장난을 하거나 아파트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애완동물과 접촉이 잦을 때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또 가정에서 기를 동물은 건강관리가 잘 됐고 새끼보다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 애완동물 건강 상식

애완동물의 건강은 가족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애견협회(www.kkc.or.kr)가 소개하는 애완동물의 건강 상식을 간추려 본다. 우선 동물용 상비약과 구급상자를 갖춰두자. 의료도구로는 동물용 체온계, 가위(끝이 둥근 것), 핀셋, 거즈, 붕대, 면봉, 탈지면, 반창고 등이다. 상비약에는 귀 청소 약, 안약, 영양제, 구충제, 변비약 등이 있다. 가벼운 증상은 이런 상비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은 약을 두려워한다. 억지로 약을 먹이려고 거칠게 다루다가 실패하면 두 번째는 더 어렵다. 따라서 음식에 약을 섞어주는 방법 등이 좋겠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땐 동물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특정 부위를 자주 핥을 때는 피부병 등의 이상이 있다는 증거다. 계속 토할 때도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 위장질환이나 회충 등이 구토의 흔한 원인이다.

개나 고양이가 침을 심하게 흘린다면 이 역시 이상 신호. 침에서 냄새가 심하거나 피가 섞여 있다면 신경계통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항문 주위가 지저분할 때 기생충 감염이나 설사의 가능성이 있다. 귀에서 냄새가 나고 가려운 것은 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목욕 후 잘 말리지 않았거나 진드기가 있을 때 염증이 생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겨울에 운동량이 부족하기 쉽다. 비교적 온도가 높고 햇볕이 있는 낮 시간에 운동을 시켜주자. 털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동물은 날씨가 추우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의 혈관이 수축된다.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선 털 손질을 매일 해 줘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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