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아기 콩팥이 너무 큰데..." 태아 수신증

입력 2007-01-25 07:31:56

임신 7개월째인 31세의 이정희(가명) 씨는 산부인과의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초음파 검사 결과, 태아의 신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다는 것. 혹시 선천성 심장병처럼 신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산부인과 원장의 추천을 받아 대학병원 비뇨기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병명은 태아 수신증(水腎症). 태아의 신장에 소변이 지나치게 많이 고여 있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며 일시적 현상으로 대부분 저절로 좋아질 수 있다는 비뇨기과 의사의 설명을 듣고 한시름 놓게 됐다. 다만 지속적인 관찰을 위해서 초음파 검사와 양수의 양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신우에 소변 고여 신장 확장

임신부들이 출산 전 초음파 검사를 자주 받고, 초음파 장비의 발달로 자궁 내 태아신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임신부 100명 가운데 3명 이상에서 태아 수신증이 나타난다고 한다. 태아는 1개월이 지나면 소변을 만들고 배뇨를 하기 때문에 소변이 내려가는 길에 문제가 생겨 신우(신장에서 소변이 모이는 공간) 등에 소변이 고이면 신장이 커지게 된다. 이런 상태를 태아 수신증이라고 한다. 보통 임신 20주 이상에서 두 번 이상 측정한 결과 신우의 가로 길이(직경)가 10㎜ 이상일 때 태아 수신증으로 진단된다. 태아 신장은 5개월 이상 되면 초음파검사로 잘 볼 수 있는데 신장이 상대적으로 크고, 양수가 있어 초음파가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상태의 태아 수신증은 보통 생리적 수신증으로 임신부가 수분을 많이 섭취한 경우, 일시적으로 요관이 막히거나 소변이 역류한 경우, 신장에서 소변을 많이 만들 때, 요관주름, 방광에 소변이 꽉 차있을 때, 호르몬 영향 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태어나서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아주 심한 수신증, 양쪽 신장 모두가 수신증이 있는 경우, 양수 양의 변동이 있을 때는 병적인 상태가 동반돼 있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태아 수신증은 태어난 뒤 절반 정도가 자연적으로 사라지고, 그 나머지 가운데 요관이 막힌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 밖에 방광에 있는 소변이 요관으로 역류하는 경우, 요관이 선천적으로 2개인 경우, 요관이 큰 경우, 염색체 이상 등이 함께 나타난다.

◆검사와 치료

초음파검사는 반드시 반복적인 추적 검사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신우, 신배(신우 내부의 잔처럼 생긴 곳) 확장뿐 아니라 양수 전체의 양과 감소 여부, 요관 확장, 방광 충만, 방광 벽의 비후 여부, 신장파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한두 번의 초음파 검사로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방법엔 임신중절, 조기분만, 태아수술, 상담과 보존적 치료가 있다. 30주 미만에서 발견된 한쪽 신장의 수신증은 양수의 양이 정상이면 태아에 별문제가 없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 달 뒤 반드시 초음파검사를 받아서 증상의 진행 여부, 요관 및 방광의 상태, 다른 신장에도 수신증이 있는지, 양수의 양이 정상인지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 임신중절이나 조기분만, 태아중제술(자궁 내 태아에게 직접적인 시술)은 아주 드문 경우에만 고려된다. 태아 수신증이 있으면 분만 중에 태아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해 제왕절개를 하려는 임신부들이 많은데 자연분만을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수신증이 있는 아기가 태어나면 신생아 시기에 감염에 대비해 항생제를 복용토록 하고 방사선 검사를 받도록 한다. 또 각종 검사를 통해 수신증의 원인 질환을 찾고, 원인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태아 수신증의 80% 정도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며, 태어난 뒤에도 80, 90%는 외과적 수술을 하지 않고서도 증상이 좋아진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도움말·정성광 경북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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