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이 된 내비게이션"…IT로 진화하는 車전자제품

입력 2007-01-23 09:29:14

자동차 전자제품 시장이 뜨겁다. 최근 자동차에 IT 기술이 속속 접목되면서 다양하고 향상된 기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전자제품의 대표 주자격인 '내비게이션'은 이제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고 후방카메라, 카 PC, 카 오디오 등 관련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운전자들이 자동차를 단순히 달리는 기계를 넘어 생활 속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때문. IT 공룡들도 잇따라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자동차 전장품 시장의 열기는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DMB' 내비게이션 대중화 시대

개인 장사를 하는 성근모(30·대구시 달서구 송현2동) 씨는 1개월 전에 2007년형 산타페를 구입하면서 차량 내부에 내비게이션을 달았다. 170만 원의 비용을 들이는 출혈이었지만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는 것이 성 씨의 말이다. 성 씨 자동차에 단 내비게이션은 '올인원(All-in-one)' 제품으로 최근 지역에 시험 방송 중인 지상파 DMB는 물론, MP3, DVD, MPEG, GPS 등 모든 기능을 매입한 제품이다.

성 씨가 내비게이션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무엇보다 편의성 때문. 영업을 위해 일주일에 세 차례 정도 지방을 다니는 성 씨는 "익숙지 않은 길이라도 주소와 상호만 입력하면 내비게이션이 완전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예전엔 길을 몰라 현지 사람에게 물어보기 일쑤였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속도 감지 카메라를 기막히게 알아내는 역할도 성 씨를 안심하게 한다. 성 씨는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카메라가 없어지거나 새로 설치된 곳이 더러 있는데 알아서 알려준다."고 했다. 심지어 과속방지턱까지 알려준다는 것. 성 씨가 하는 일은 3개월에 한 번씩 메모리칩을 뽑아 업데이트 시켜주는 것뿐이다. 이런 장점들 덕분에 주위에 10명 가운데 8명 정도는 내비게이션을 달고 있단다.

과거 고급차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를 걷고 있다. 특히 지역에도 지상파 DMB가 방송되면서 내비게이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재복 로얄모터스 대표는 "내비게이션 판매량이 예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판매량 증가는 다양하고 향상된 기능이 주원인이지만 초창기 보급 때보다 가격이 40~50% 떨어진 영향도 크다. 수많은 업체들이 내비게이션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내비게이션의 보편화로 과거 잘 팔리던 GPS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판매량이 확 줄었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차종에 관계없이 내비게이션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판매업자들의 설명. 이하희 고바우카오디오 대표는 "마티즈 등 소형차들도 심심찮게 '내비'를 다는 등 최근엔 차종에 관계없이 '내비'가 자동차 필수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30대를 중심으로 7인치형 40만~50만 원대를 선호한다고 했다.

◆다양해지는 자동차 전자제품들

자동차 전자제품의 초기 시대를 열었던 카오디오. 여전히 20, 30대를 중심으로 판매는 꾸준한 편이다. 이성화 로얄모터스 실장은 "자동차를 꾸미기 좋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카오디오는 요즘 매력 만점"이라고 전했다. 10만~300만 원대까지 카오디오는 성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20만~30만 원대가 주로 팔린다고 한다.

최근 고급차 위주로 딸려 나오는 후방카메라도 인기 품목. 특히 주차에 서툰 여성 운전자들에게 인기몰이를 하면서 종류도 수십 종에 이르고 있다. NF쏘나타를 타는 주부 김성정(47·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는 3개월 전에 20여만 원을 들여 후방카메라를 설치했다. 김 씨는 "평소 주차하는 데 애를 먹던 중 TV 광고를 보고 사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후방카메라 설치 후 주차가 훨씬 수월해졌다. 후진만 넣으면 화면을 통해 뒤쪽 시야가 확보되는데다 방향이 바른지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인 PMP도 자동차 전자제품 시장을 달구고 있다. 자체 메모리를 부착해 영화나 음악을 얼마든지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실장은 "PMP에 지상파 DMB와 내비게이션 기능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 영화나 음악을 좋아하는 운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자동차 전자제품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이 '카PC(차량용 컴퓨터)'다. 간단히 노트북을 자동차에 부착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시중에 출시되는 제품은 2006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인필 G4'라는 제품. 윈도 XP를 기반으로 512MB램을 장착해 기존 컴퓨터 성능을 고스란히 담았다.

건축설계를 하는 이문수(43·대구시 중구 남산1동) 씨는 1개월 전에 카PC를 차량에 장착했다. 내비게이션을 사려다 자동차 동호회에서 카PC를 추천해 큰마음 먹고 장착한 것. 이 씨는 "아직 소프트웨어적인 면이 보완돼야 하겠지만 이메일 확인뿐 아니라 영화나 인터넷 등 일반 컴퓨터와 별 다른 차이가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앞으로 자동차에도 차량용 컴퓨터를 설치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광섭 맥산 홍보팀장도 "인필 G4의 경우 198만 원으로 고가라 아직 전문직 종사자들 위주로 판매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 카PC가 자동차 전장품 시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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