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길고 보편화된 보드게임으로 '블루마블(Blue Marble)'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출시된 이 게임은 2개의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의 합만큼 말을 이동한 뒤 그 칸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말이 도는 곳은 각국의 수도다. 여기서 주권카드를 구매해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고 임대료를 받아 파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이 게임은 요즘도 연령에 맞게 난이도 차이를 두어 출시되고 있어 부동산을 테마로 하는 국내 보드게임 중 저변이 가장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게임이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는 이유로는 여러 사람 혹은 가족 모두가 참여해서 게임을 해도 누구 하나 지루해하지 않고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대다수 보드게임이 가진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드게임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임이 있다면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 아쉬움을 가진 학부모가 있다면 우리 가족에게 맞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는 방법을 시도해보길 권하고 싶다. 굳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게임을 변형시키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만의 블루마블 게임을 만든다고 해 보자.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보는 것이다. 또 게임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해 보자. 보드판 위에는 어떠한 구성요소를 넣을지도 생각해 보자.
시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게임은 구성요소가 나라별이나 도시별로 돼 있다. 이것을 우리 동네의 상점들로 바꾸어 보자. 우리 동네에 있는 상점들을 군별로 나누어서 그 군에 어떠한 상점들을 넣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 동네에서 각 군별로 우리 가족이 느끼기에 가장 좋은 상점들만이 속하는 하나의 보드게임 판이 나올 수 있다.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상점이 있다면 가족이 함께 나가 직접 조사를 해 보자.
이렇게 우리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상점들로 구성된 보드게임 판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규칙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부동산의 가격을 정할 때 실제 집값에 맞출 필요는 없다. 우리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격 결정의 요소가 무엇인지 정한 뒤 그 기준에 맞춰 가격을 정해도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밖으로 나가 주위의 다른 상점들과 비교하면서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는 게임의 규칙을 수정해 보자.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실제의 거래와 가까운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세금이나 기타 고려할 점도 포함시켜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우리 동네라는 범주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보드게임이 탄생하게 된다. 이후 게임을 하면서 가족의 생각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을 세밀하게 따져 계속 바꾸어나가는 것도 좋다.
이처럼 새로운 보드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단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가족 간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고, 아이들이 현실 경제와 좀 더 친밀해질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아울러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도 될 수 있고, 내가 하는 보드게임과 실제 상점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김준혁(경제교육 컨설턴트)
▨ 가족 보드게임 만들기
1. 우리 동네의 상권을 분석한다=보드게임은 나름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상권 분석이 중요하다. 이때 반드시 아이들과 함께 조사하고 고민해야 한다.
2. 게임의 규칙을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만든다=게임의 규칙을 재미있게 바꾸는 것도 좋지만 현실과 괴리감을 줄이는 것이 교육적으로 훨씬 유용하다.
3. 게임을 끝내고 실제 생활과 비교 분석한다=우리 동네의 실제 상점에서 이루어지는 상황과 우리 가족의 생활 등을 총체적으로 관련지어 고민한다. 이에 맞춰 게임의 규칙을 점점 더 실제 생활에 맞추어 나간다.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