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의 극치" 현대車 파업 지역업체 반응

입력 2007-01-16 10:01:57

15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 내 한 자동차부품 업체. 4천 평 규모의 공장은 곳곳에서 기계가 멈춰 있었다.

이 회사의 최대 납품처인 현대자동차가 이날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

평소 같으면 모든 기계를 하루종일 돌려야 하지만 이날 이 회사의 기계 가동률은 30%. 기계 앞에서 땀을 흘려야할 근로자들은 공장 바닥을 닦고 있었다.

한 근로자는 "회사에 출근은 했으나 할 일이 없어 청소를 하고 있다."며 "생산량이 줄면 잔업이 없어져 수당을 못받기 때문에 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 대표도 "재고가 너무 쌓여 공장내에 보관할 공간이 더이상 없기에 조업 감축을 통한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며 "지난해 7월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연간 예상 매출보다 15%나 하락했는데 올해는 연초부터 '악재'가 터져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15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가면서 대구·경북지역 차부품 업계에 회오리 바람이 치고 있다.

지역 차부품 업체의 90% 가량이 현대자동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지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

경산 진량공단의 또다른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파업이 장기화하면 엄청난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업체는 보통 오후 8시에 마치는 생산 현장이지만 이날은 일이 없어 오후 5시에 조업을 끝냈다.

1차 부품업체는 현대차 외에 다른 납품처라도 있지만 2·3차 협력업체는 '현대차가 목숨줄'이라 걱정이 더 크다.

대구 성서공단의 2차 협력업체인 청구정밀. 김영관 대표는 "실명을 밝혀 달라."며 현대차 노조를 강하게 비난했다.

김 대표는 "현대차 노조의 행동은 이기주의의 극치"라며 "비정규직 뿐 아니라 하청업체들도 엄청난 타격을 입는 판에 현대차 노조원들은 자신들만 잘 살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연료순환계통 부품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올해 설비투자를 계획했지만 새해 벽두부터 터진 현대차 파업 사태로 투자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노조 파업으로 인해 완성차 업체에 피해가 발생하면 하청업체들에게 일방적인 부품 가격 인하 압력으로 돌아오고, 완성차업체와 협력업체간의 빈부 격차만 키운다는 것.

김 대표는 "이번만큼은 정부에서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 달서구 월암동의 또 다른 2차 협력업체. 이곳은 16일부터 야간조업을 하지 않을 생각도 하고 있다. 야간 생산을 해봐야 납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 파업으로 매출의 30%를 손해봤다는 박모(57) 대표는 "주위에선 현대자동차 불매 운동을 해야 노조원들의 버릇을 고칠 수 있다는 소리도 많이 나온다."면서 "요즘은 속이 상해 저녁마다 술을 마신다."고 한숨 지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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