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숙자 316명 추정…사회 안전망 절실
노숙자 3명이 영양실조와 폐결핵, 지병 등으로 같은 날 잇따라 숨져 사회안전망 부재에 대한 전면 재검토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소외계층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노숙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일 오후 5시 25분쯤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여인숙 객실에서 노숙자 고모(53)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여인숙 주인 류모(65) 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고 씨가 평소 많이 외로워하며 매일 술을 마시며 살았다."는 류 씨의 말에 따라 과음으로 인한 심부전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담당 경찰관은 "고 씨가 평생 구두닦이를 하며 열심히 생활했지만 최근 교통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으면서 술에만 의존한 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씨의 사망사건을 조사하던 중 경찰은 고 씨의 바로 옆방에 살던 노숙자 엄모(55) 씨의 건강상태도 좋지 않다는 여인숙 주인의 말에 따라 엄 씨를 곧바로 병원에 옮겼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 경찰은 엄 씨가 한 달 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등 평소 당뇨로 고생했다는 말에 따라 당뇨 등 지병에 따른 체력저하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엄 씨와 한 방에서 생활했던 노숙자 권모(46) 씨는 "엄씨가 체력저하 등 몸이 안 좋아 잡일조차 할 수 없어 당뇨 치료는커녕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쯤에도 대구 중구 대신동의 한 여인숙에서 머물던 임모(65) 씨가 숨져있는 것을 여인숙 주인 김모(66·여) 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임 씨가 지난해 영양실조와 폐결핵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이곳에서 머물러왔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영양실조에다 지병까지 겹쳐 심부전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사인을 조사 중이다.
노숙자들이 집단 거주하는 여인숙은 대구 중구에만 25곳으로, 대부분 20명 안팎의 노숙자들이 1.5~3평 규모의 방에서 많게는 3명까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 지원 때문에 노숙자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천영익 대구쪽방상담소 상담실장은 "사망한 엄 씨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관할 동사무소의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민·관이 협력해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후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노숙인은 316명으로, 대구역과 동대구역, 신천변 등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748개 쪽방에 1천287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노숙인 관련시설 8곳에 지난해 10억 원을 지원했으며 무료급식과 상담, 의료활동 등을 펴고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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