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범어동의 M편의점을 찾은 이모(63) 씨는 편의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낯선 물건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편의점 한 쪽에 DVD와 소설책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 편의점 내부를 반으로 나눠 편의점과 비디오 및 책 대여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던 것. 이 씨는 "요즘엔 뭐든 한 곳에서 해결하는 편리한 세상이 된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편의점 종업원 이영인(23) 씨는 "책 대여점과 편의점을 각각 따로 운영하고 있었던 사장 부부가 2년 전 매장을 한 곳으로 합쳤다."며 "가게의 특색 때문인지 이곳을 한번 들른 손님들은 다시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한 곳에서 여러 가지 상품을 동시에 파는 매장이 늘고 있다. 편의점에서 DVD 및 책을 대여해 주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가게나 옷가게에서 액세서리 및 신발을 파는 등 '궁합'이 맞는 물건을 한 곳에서 진열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매장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곳의 경우 매출이 일반 매장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뭉쳐야 사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여성전문의류인 M브랜드의 경우 매장을 겨울 분위기로 바꾸면서 벨트와 귀걸이, 가방과 신발 등 액세서리로 매장 절반을 채웠다. 지난해에 비해 액세서리를 선호하는 손님들이 많아 매장을 확장하게 된 것. 최윤진(25) M브랜드 매니저는 "진열된 액세서리를 보고 들어와 옷과 신발을 코디해 함께 사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최근 트렌드를 전했다. 여성 캐주얼의류인 T브랜드도 진열대 가득 신발과 모자, 가방을 채워놓았다. 이 브랜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메가숍(mega shop)을 선보인 곳으로, 올해도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코디를 선보였다. 메가숍은 한 매장에서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파는 곳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젊은 층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최신 유행 트렌드이다.
여성 브랜드의 이 같은 분위기는 남성 명품 의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 남성 명품 의류인 S브랜드의 경우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 만에 매장에서 액세서리까지 함께 판매한다. S브랜드 매니저는 "남성 구두 빼고는 넥타이 핀, 가방, 지갑, 라이터 등 모든 액세서리를 다 취급하고 있다."며 "옷과 함께 이곳에서 다양한 액세서리로 코디를 해가는 중년 남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유소도 최근들어 숍인숍 형태로 바뀌고 있다. 수성구 두산동 한 주유소의 경우 약국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유를 하는 사이 약국에서 진통제를 산 김모(34) 씨는 "병원을 가는 날이 아니면 약국에 들르기가 힘들었는데 주유소에 약국이 있으니 한결 편리한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미국과 같이 주유소에서 편의점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편의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수성구 만촌동 한 주유소 사장은 "주유를 하면서 담배와 음료수를 찾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주유소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고 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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