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 경쟁력이다) 대구 명곡초교 '100人 100色 학습장'

입력 2007-01-16 07:07:40

학교들마다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해야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들 간에 효과적인 창의성 교육기법에 대한 정보를 나눠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 명곡초등학교는 창의성 교육의 방편으로 '학습장(노트)'을 택했다. 학습장은 학생들이 수업 때마다 교과서와 함께 펼치는 가장 친숙한 공부 도구. 명곡초교의 창의 연구 보고서 '100人 100色 학습장으로 창의성 키워요' 대로라면 '자유롭게 노트 쓰기'인 셈이다. 갑자기 학습장이 등장한 이유는 뭘까.

명곡초교는 초등학교 수업에서 학습장의 용도가 강의 내용을 재생하는 정도의 단순 기록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데 착안했다. 잘만 활용하면 학습장은 창의적인 사고과정이나 문제해결 과정을 글이나 그림, 표 등으로 기록해 좋은 심화 학습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장을 선택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태일 명곡초 교장은 "지금까지 교사들은 학습 내용을 학생 나름대로 정리하도록 가르치는 대신 지나치게 자세한 학습지를 제공하고 도식화된 내용을 주입시킴으로써 사고의 폭을 묶어 놓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의 획일적인 판서와 학생들의 단순 재생적인 학습장 기록을 지양하고 학생 저마다 자신의 개성대로 학습내용을 기록, 창의성 도구로 활용하자는 것이 명곡초의 '100人 100色 학습장' 프로젝트.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해 다음달 말까지 진행한다.

어떻게 학습장 지도를 했을까. 우선 저학년 경우 학습장 기록의 기초지도부터 시작했다. 날짜, 요일, 몇 교시와 단원, 공부할 문제, 학습 활동내용, 보충·심화과제 등으로 짜여진 학습장 양식을 선보였다. 학생들이 이 양식대로 꼼꼼히 적게 한 뒤 차츰 양식을 허물고 개성대로 쓰도록 지도했다.

탐구·관찰 기록장, 생활경험 기록장, 학급별 특색 있는 기록장 등을 활용해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내용을 구성하도록 했다. 학습장에는 그림, 마인드맵, 표, 첨지(포스트잇 종류) 등 아이디어가 반영된 다양한 형태의 학습장이 탄생했다. 교사가 칠판에 적은 내용을 따라 베끼는데 불과하던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개성 넘치는 학습장을 쓰기 시작했다.

이 결과 학생들의 학습장은 주로 세 가지 형태로 다양화됐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첫 번째가 '더 나아가기' 학습장.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하고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을 조사하면서 학생 개인의 생각이나 관심, 취미가 반영됐다. 이런 학습장의 특징은 신문기사 등 각종 자료가 많이 스크랩돼 있는 것이 특징. 두 번째는 도표나 그림으로 나타내는 학습장. 스케치북을 이용해 도표나 그림, 사진, 만화 등으로 예습이나 복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노트 하면 떠오르는 A4크기의 한정된 지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쓰고,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이 마인드 맵을 활용한 학습장. 배운 것을 그림(맵)으로 옮기는 마인드 맵을 통해 머리 속 생각을 도식화할 수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학습장을 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힘썼다. 가장 대표적인 교내 행사가 지난 해 4월과 10월 두 차례 가진 '요약·정리하기 대회'. 전교생이 각 학년에 맞는 긴 글을 읽고 요약 정리하는 실력을 견줬다. 교내 창의력 경진대회도 5월과 11월 두 차례 치렀다. 학년별 문제를 제시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해결 과정과 결과를 제시하도록 한 것. 교사들도 '1교사 1주제'를 설정해 창의성 기술을 습득했다. '교과별 발문요령', '창의적 사고모형 고찰', '수학 영재 지도방법', '역할놀이를 통한 말하기 능력 신장', '그림 동화책의 효율적 활용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김 교장은 "100人 100色 학습장 지도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능력과 사고를 넓혀가는 능력이 길러지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가정에서도 학습장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부모 대상 교육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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