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 놓으니 한 방 가득이다. 신문 기사 제목을 오려 붙여 일기를 적고, 여러 장의 신문 사진을 엮어 이야기를 만들었다. 스케치북으로 만든 신문 스크랩도 6권이나 된다. 이상희(39·여·수성구 만촌동)씨가 지난 2년간 세령(12·여)이, 성훈(10)이와 함께 신문활용교육(NIE)을 한 흔적들이다.
"신문으로 할 수 있는 교육이 이렇게 많구나, 알면 알수록 제 아이들에게 가르쳐보고 싶은 욕심이 자꾸 났습니다."
이 씨가 NIE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4년 가을 대구 한 공공도서관에서 개설한 '신문활용교육과 글쓰기지도' 강좌를 3개월간 수강하면서다. 이듬해 봄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2~3시간씩 아이들과 신문을 펼쳤다.
공부라기보다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처음에는 기사의 제목과 내용, 광고, 만평 등 신문의 구성요소를 스케치북에 오려붙이는 일부터 시작했다. 흥미가 붙자 기사를 주제로 한 토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가장 최근 자료는 'UAE가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어린이 낙타기수를 로봇으로 교체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모 일간지 국제면 기사. 악덕상인들이 동남아의 가난한 아이들을 인신매매해 낙타기수로 쓰고, 낙타가 더 빨리 달리도록 아이들에게 성장억제호르몬을 투여하거나 밥을 굶긴다는 끔찍한 내용이었다. 이 씨는 이 기사를 공공도서관에서 빌린 책('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과 연결시켰다.
최근 '히잡'이 논란 됐을 때는 이슬람 관련 기사를 스크랩했다. 메카성지 순례 사진을 오려붙이고 '라마단'에 대해서도 배웠다. 오려붙인 기사마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아이들의 글이 보이고 그 뒤에는 '유린', '협약', '체결', '성행' 등 아이들이 어려워할 법한 단어의 뜻풀이를 이 씨가 직접 타이핑해 붙였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딱딱한 내용과 시사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신문은 아이들에게 어렵게 마련. 그래서 주로 신문을 가지고 노는 법부터 익혔다. 기사를 스크랩한 스케치북에 오리고 붙인 흔적이 많은 이유다. 사진을 보고 제목을 달게 하거나, 친구를 인터뷰해 기사를 쓰게 했다. 이순신을 주제로 만든 가족신문은 '충무공 신문'이라는 제호 아래 거북선 기사, 연표, 강강술래의 유래 기사를 작성했다. 발행인에는 아들, 편집국장에는 이 씨의 이름이 올라있다. '물 부족 기사' 옆에는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었다. 교과서 공부도 되는 셈이다.
세령이는 '중국을 울린 아름다운 거짓말'이라는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죽기 전에 천안문에 가보고 싶다는 눈먼 불치병 소녀를 위해 이웃과 경찰, 군인들이 소녀의 집에서 가까운 곳을 천안문인 것처럼 꾸미고 마침내 소원을 들어줬다는 얘기. 새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에 대해 아이들은 어머니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사실 이 씨는 자기 공부만도 바쁜 엄마다. 매주 3, 4일씩 '독서치료', '상담 스터디', 'NIE 강좌'를 듣기 위해 공공도서관 등에 다닌다. 이달 초에는 대구교대 독서논술 강좌에 새로 등록했다. 이 씨는 "부모가 신문을 보면 아이들도 신문을 펴듯 공부도 꼭 그런 것 같다."며 "신문은 가정학습에 정말 좋은 도구"라고 거듭 말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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