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新상생시대] ③포항을 대구의 내항으로

입력 2007-01-16 07:20:43

새로운 물류지도, 통합경제권으로 가는 나침반

해양수산부는 지난 연말 중앙항만정책심의회를 열어 규모 확대와 축소 사이에서 논란을 거듭해온 포항 영일만항의 규모를 '18선석'으로 확정했다. 2009년 8월 초 개항에 이어 2015년까지 잡화부두 2선석, 2020년까지 컨테이너부두 1선석과 잡화부두 1선석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 정도만 되면 부산항, 신항, 광양항 등 기존 매머드 항구를 보조하며 틈새시장 공략에 충분한 규모가 되고 특히 지역 수출입 업체들의 주거래지인 중국과 동남아시장을 커버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영일만항 배후공단이 조성되면 산재해 있는 섬유·철강·기계·전기전자 등 지역 주력업종들의 입주로 영일만항은 부산 감만항처럼 배후단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포장해 수출까지 한자리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자가 화물 창출항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가상 시나리오 "2009년 8월 포항에서는…."

2009년 8월 15일, 대구와 구미지역 업체들이 생산한 직물류와 전자제품·기계류 등을 가득 실은 5만t급 화물선이 포항 영일만항을 출항했다. 뒤를 이어 철강제품과 정밀기기 등을 선적한 화물선은 일본쪽으로 방향을 잡고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이들 배는 각각 9일과 3일이 지난 뒤 싱가포르와 오사카항에 닻을 내렸다. 며칠이 지나자 포항을 떠났던 배는 필리핀, 말레이지아 등지를 돌며 모은 화공약품과 고무, 저급 철강재 등 각종 원자재를 싣고 영일만항으로 귀항했다.

30m 남짓한 높이의 항만관제탑에서 내려다본 영일만항은 부산하다. 대구·경북지역 800여 개 수출입 업체가 쏟아내고 받아들이는 각종 물품들이 쉴새없이 드나들었다. 대구에서 수집해 중국의 지린·헤이룽장·랴오닝성 등 동북3성과 러시아 지역으로 갈 중고차도 영일만항으로 모여들었고, 구미에서 일본과 러시아 등지로 갈 전자제품을 실은 트레일러가 컨테이너 야드를 가득 메웠다.

수출입 면장을 처리하는 관세사 사무소 직원들은 "부산, 울산, 인천으로 가던 물량이 코앞에 있는 포항으로 쏠리고 있다. 이제 대구·경북의 경계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입을 모았다. 영일만항을 운영하는 영일신항만주식회사 관계자들은 "대구, 구미 등지에서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포항이 대구의 내항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물동량 확보, 포항 힘이 세진다

지난해 12월 6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박승호 포항시장, 배영호 코오롱 사장, 최동준 포항영일만신항(주) 사장은 코오롱그룹에서 발생하는 연간 2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물동량을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영일만항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개항 초기에는 연간 8만 5천TEU 정도의 물량만 있으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일만항의 경쟁력 확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포항시와 영일만신항(주)은 조만간 포스코와도 코오롱과 비슷한 내용의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의 협조는 포항공단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전체 물량의 95%가량을 부산항을 통해 처리하는 대구·경북 수출입 업체들의 물동량을 영일만항으로 유인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대구경북본부세관 통관지원과 표경희 계장은 "대구·경북 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26%) 유럽(19%) 동남아(13%), 수입국은 일본(27%) 중국(19%) 동남아(17%)의 순"이라고 밝혔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같은 통계치를 근거로 보면 중국과 동남아를 주항로로 잡고 있는 영일만항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지역 업체들과 물리적 거리로만 가까운 것이 아니라 항로상으로도 경제적 이점을 충분하게 보유했다는 게 포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부산해양수산청 관계자도 "영일만항이 개항하면 대구와 경북 내륙권 물류가 포항으로 이동해 상주-김천-구미-대구-영천-경주-포항을 연결하는 대구·경북 통합경제권의 새로운 물류지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류비용, 포항이 더 싸다

전경련, 재정경제부, 경북도 등의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은 구미, 포항 등 2005년 기준으로 670억 달러어치를 생산하는 산업단지를 끼고 있고, 지역 내 산업단지의 무역수지는 전국의 73.9%를 차지했다. 이들 지역이 나라를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의 풍부한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물동량을 감안할 때 물류비는 무역수지 정도를 좌우하는 직접요인이 된다. 영일만항을 통해 수출입 물류를 처리하는 것이 신항(부산)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싸질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지역 업체들에게 상당한 행운이기도 하다.

영일신항만(주) 양성섭 본부장은 "영일만항을 이용하면 신항(부산)보다 내륙운송비가 구미 기준 1TEU당 8만 6천 원, 대구 기준 7만 7천 원, 수도권 및 중부권 기준 3만~4만 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려와 과제도 있다

김재홍 포항상의 사무국장은 "포항이 대구 및 경북 내륙의 내항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리적 인접성과 이에 따른 계산상의 물류비 절감 효과보다는 '더 싼 값에 빠르고 정확하게 물류를 수송해야 한다.'는 기본론을 얼마나 충족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입 기업들은 물류비의 경제성과 함께 상대업체와의 거래조건에 명시된 신속성과 정확성이 성공 여부의 핵심인 만큼 영일만항같은 중소 항만을 이용했다가 체선체화(滯船滯貨) 등으로 곤란을 겪을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서공단 내 대구특수금속 이상웅 관리부장은 "영일만항이 빨리 자리잡고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개항 이전에 충분한 항로를 확보하고 이를 조기에 홍보해 일정 수준의 물량을 선(先)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수출입업체 관계자들은 이와함께 포항이 대구의 내항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현재 영일만항 조성과 개발에 한발 떨어져 있는 대구시와 대구지역 경제단체들이 경북도·포항시 등과 함께 항만 조성 및 개발의 주역으로 참여해 초기단계부터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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