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의혹 '김흥주 게이트'

입력 2007-01-13 10:42:26

김흥주 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의 전방위 로비 疑惑(의혹)이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 관련자를 구속하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한 씨가 김 씨로부터 인사 청탁 등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씨는 지난 2001년 김 씨에게 새천년민주당 고문이던 권노갑 씨의 사무실 임대료와 월세를 대납하게 하고 그 代價(대가)로 김 씨가 지목한 특정 인물의 인사 청탁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은 전 민주당 국회의원 박양수 씨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로비가 당시 정치권력 최고위 계층을 넘나들었고, 그의 로비 범위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부 인사에까지 미쳤음이 확인된 것이다. 의혹 차원에서 '김흥주 게이트'로 모양새를 잡는 데 부족함이 없게 됐다. 멀쩡한 신용금고를 不實(부실)로 취급되게 하고 거액의 대출을 쉽게 받아내고, 금감원을 주무르고 인사 청탁을 위해 집권당의 핵심 실세를 움직일 정도였다면 그의 영향력은 無所不爲(무소불위)에 가깝다. 돈과 화술로 무장한 능란한 로비스트 한 사람이 나라를 주무를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본다.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김 씨는 각계 유력인사 45명을 모아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을 구성,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45인회'로 통칭되고 있는 이 모임에는 정치인을 비롯해 검찰'감사원'국세청'중앙부처 간부 등 공직자와 전현직 언론인까지 포함,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임이 김 씨 非理(비리)의 산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실체는 밝혀져야 한다. 김대중 정권에서 현 노무현 정권까지 이어지는 김 씨의 탁월한 전방위 로비 역량의 기초일 수 있다.

김 씨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유명인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이미 구속된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 등을 제외하고도 한광옥'권노갑 씨와 이근영 전 금감원장, 이주성 전 국세청장, 모 검사장 등 전현직 유력 인사에다 지난날 '이용호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의 주인공들도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與否(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한광옥'이근영 씨 등 전직뿐 아니라 현직 정'관계 거물은 연루되지 않았는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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