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0년] '위기=기회' 혹독한 시련 딛고 인생역전

입력 2007-01-02 07:26:43

IMF는 우리 사회에 뚜렷한 명암을 남겼다. 이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은 이들도 있고 반대로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 이들도 있다.

아직도 그 여파 때문에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상당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치열하게 삶을 살고 있었다.

◆새로운 기회로...

IMF를 견뎌낸 퇴직자들은 고통스런 경험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값진 보약이 됐다고 했다. 제2의 인생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이들은 시련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했다고 한다.

대동은행 출신의 강인구(53)씨는 IMF 퇴직자중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 몇 명중 한 명이다. 한 외국계 보험회사의 매니저로 일하며 억대 연봉을 받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실업자 생활을 1년 6개월 한 후 보험설계사부터 새롭게 시작했다. "교회에 나가 매일 기도하듯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쌓아갔어요. 그러니까 모든게 잘 풀리더군요."

청구 출신으로 건설업체를 경영하는 정호연(50·가명)씨는 처참했던 당시 겨울을 자주 떠올린다. 그 절망감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예전에 비해 생활수준은 몇배 나아졌지만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목숨을 건 경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거래처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과 소주를 20병쯤 마셨어요." 평소 술을 입에도 대지 못했기에 곧바로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대구리스 출신의 이승균(41)씨는 새 분야를 개척하면서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경우다. 그는 오전 6시만 되면 자신의 과일상회로 향한다. 이제는 빛깔만 봐도 과일상태를 알 수 있는 전문가가 됐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새벽 가게에 가장 먼저 나가고 밤 11시까지 가게를 지켰지만 일을 그르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직도 IMF는 계속되는가.

"어항이 깨져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물고기를 봤어요?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퇴직자들도 그 물고기들처럼 살아왔어요."

IMF 퇴직자 상당수는 그 때의 고통을 곱씹으며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병과 사고로 세상과 인연을 끊은 안타까운 사연도 적지 않았고, 노숙자로 전락한 사례도 있었다.

장진성(57·가명)씨는 퇴직금과 아파트를 담보로 마련한 돈으로 작은 분식점을 냈지만 2년도 안돼 빚만 떠안은 채 문을 닫았다. 장씨는 "원서를 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받아주는 곳은 영세한 업체 뿐이었다."며 "육체노동을 한번도 해보지 않아 얼마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부럽지 않게 직장생활을 하던 정규태(50·가명)씨는 실직자가 된 사실을 가족들이 알까봐 6개월간 양복 입은 채로 공원을 배회했다. "물려받은 재산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나이 때문에 재기도 어려웠어요."

권성태(55·가명)씨는 "동료 퇴직자 10명 중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2명 정도다. 다른 2명은 아직도 몸부림을 치고 있고 3명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그들에게 IMF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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