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제 사회인 조선의 교육은 통치체제 확립을 위한 면이 강하다.
교육대상은 주로 지배신분이었던 양반계층으로 제한돼 있으며, 교육범위도 유교이념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모아진다.
교육기관은 중앙의 성균관과 사학(四學), 지방의 향교와 서원 및 서당 등이다.
경상도 북부지역 몇몇 마을의 서당교육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교육현황을 살펴본다.
* 서당 훈장과 수업
경상도 북부지역의 하개 마을 훈장 박 아무개는 떠돌이 지식인이다.
그의 고향은 충청도 보은이다.
과거시험에 십여 차례 떨어진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유랑길에 올랐다.
이십여 년 동안 혼자 생계를 꾸려온 아내를 볼 낯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상들 볼 면목도, 고향 사람들 앞에 나설 면목도 없었다.
전국을 떠돌며 음식을 얻고 잠자리를 구하던 그가 궁여지책으로 택한 것이 서당 훈장 노릇이다.
박 훈장처럼 과거에 연거푸 떨어진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타향에서 훈장 노릇 하는 모습을 요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박 훈장은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던 중 이곳 하개 마을의 초빙을 받아 서당을 열었다.
집은 마을 유지인 김 진사가 내 주었고, 여타 주민들이 식량과 땔감을 내놓았다.
마을의 인재를 기르기 위한 투자인 셈이다.
대체로 훈장과 그 가족의 생활비는 학부형들이 봄과 가을에 곡식으로 내는 것이 관례이다.
독신인 훈장에게는 의복·식사·빨래도 해 주는 경우도 있다.
박 훈장에 대한 마을 학부형들의 평가는 좋다.
학문이 깊어 마을 훈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전에도 떠돌이 지식인 몇몇이 이 마을에서 훈장 노릇을 했지만 2, 3년을 넘기지 못했다.
배움이 일천하고 품행이 바르지 못해 모두 보따리를 싸야 했다.
그에 비하면 지금 훈장 박 아무개는 최고 수준급이다.
서당은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열 수 있다.
기본 자산이나 허가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서당 문을 여는 것도 문을 닫는 것도 훈장 마음이다.
특별한 자격도 필요 없다.
그래서 훈장마다 실력도 천차만별이다.
초빙받은 박 훈장과 달리 스스로 집을 구하고 서당을 여는 떠돌이 지식인도 많다.
물론 학도를 모으는 것 또한 훈장의 수완과 능력에 달려 있다.
박 훈장의 급료는 많지 않다.
이 마을 주민들은 집과 쌀, 땔나무와 의복을 기본 급료로 제공한다.
물론 '책걸이' 때는 간소한 잔치를 베풀어주고, 별식을 수시로 제공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하과(夏課)라는 계절학습을 시작하고 집집마다 조금씩 별도의 과외수업료를 낸다.
권씨 집성촌인 이웃 마을에서는 문중(동계;洞契) 서당을 열고 있다.
자기 가문의 자제를 교육시켜 문벌가의 위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서당의 훈장 역시 상당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비교적 대우도 좋다.
이 문중 서당은 때때로 문중 연립서당 형식으로 확대돼 상당히 고급 수준의 공부를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흔한 형태의 서당은 가세가 풍족한 집안에서 독선생(과외선생님)을 초빙하고, 이웃 자제들을 몇 명을 무료로 동석해 수업 받게 하는 경우다.
하개 마을 인근 백 리 안에 있는 마을 대부분이 이런 형태의 서당을 열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악덕 훈장도 있다.
지난 해 하개 마을에서 쫓겨난 김 아무개 훈장은 학부형의 재력에 따라 학동을 차별대우했다.
그는 대여섯에 불과한 학생들을 골고루 가르치지 않았다.
수업 진도를 자기 마음에 드는 학생 위주로 진행하기 일쑤였다.
옷감이나 곡식을 많이 내는 또 다른 학동이 들어오면 진도를 그 학동에게 맞췄다.
또 가난한 집 아이들에겐 걸핏하면 매를 대거나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서당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서당교육은 시골 마을의 중요한 수업기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서당 설립과 훈장 자격에 대한 규정이 없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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