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의 타자 양준혁은 독특한 타격자세로 유명하다.
이른바 '만세타법'. 공을 맞힌 뒤 왼손을 놓고 마치 만세를 부르는 것 같은 자세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공에 힘을 제대로 싣기 위해선 왼손을 끝까지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야구 이론. 하지만 그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본 뒤 자신에게 가장 맞는 타법을 선택했고, 올해 절정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철학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개별과 일반의 변증법적 관계이다.
개별의 특수성은 일반의 보편성으로 묶을 수 있지만 공간이나 시간, 일정한 조건 등에 따라 개별은 각기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야구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현상을 관통하는 법칙이다.
공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5일 전국 고교에 배포한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어떻게 준비할까요?'라는 책자를 보면 이런 기본 법칙조차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평가원이 수능 영역별 출제 범위와 시험의 성격, 분야별 평가목표 등을 수험생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뒤이어 영역별 학습 방법을 소개하고, 출제 의도에 적합한 전형적인 문항까지 몇 개씩 제시하고 있다.
전국 고교생들에게 똑같은 EBS 수능과외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똑같은 방법으로 공부하고, 똑같은 문제 유형까지 익히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평가원은 시험장 행동수칙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쉬운 문제부터 풀어라, 풀이 속도를 조절해라, 답을 성급히 결정하지 마라, 추울 수도 있으므로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라…. 사설학원이나 과외강사들이 해마다 수험생들의 눈을 끌기 위해 써먹는 단골 메뉴다.
일반성은 있을 수 있지만 개별성은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수칙들이다.
예를 들어, 쉬운 문제부터 풀라고 하는 것은 듣기엔 그럴 듯해도 모든 수험생에게 권하기엔 위험한 방법이다.
수험생들은 여러 차례의 모의고사를 통해 나름의 문제풀이 방법을 익혀왔다.
어려운 문제를 비워두었다가 마지막에 푸는 학생도 있고, 처음부터 끈기 있게 풀어나가는 학생도 있다.
이제 와서 바꾼다면 혼란만 키우기 쉽다.
평가원은 수능시험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이다.
발표 하나하나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2005학년도부터 수능 체제가 달라졌다고 해도 큰 틀과 방향만 제시하면 충분하다.
학교 교사들이 맡아야 할 학습 방법에다 사교육 시장의 메뉴까지 들먹이는 건 곤란하다.
여름방학 공부가 한창인 수험생 입장에선 지금까지 선택하고 익혀 온 학습방법과 문제풀이 방법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일이 중요하다.
만세타법이든 부챗살타법이든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면 결과는 좋을 것이고, 관중들은 환호할 것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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