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문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할 땐 분노하고 억울해 하지만 남의 인권이 침해당할 땐 수수방관하고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현실. 전쟁이나 무역분쟁에서 약소국이 희생되고 여자'어린이 등 힘이 약한 사람들이 보다 큰 피해를 입는 실정에서 결국 인권운동은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보호하고 돕는 것이다.
'한국인권행동'은 바로 이런 인권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인권신장과 인권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다.
'인권운동의 대중화'를 모토로 지난 10일 대구시 중구 공평동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인권운동 비정부기구(NGO) '한국인권행동'은 인권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한국인권행동'은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18년간 활동했던 오완호(42'사무총장)씨를 중심으로 김준곤 변호사, 류연창 목사, 재원 스님,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진관 스님 등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이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등 우리 주변의 인권신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김재홍(구미경실련 정책위원장)씨가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김희철(변호사), 백병규(전 '말'지 편집국장), 임재홍 (영남대 법대 교수), 손호만(달서공고 교사)씨 등이 부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사원, 주부, 교수, 언론인, 간호사,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40여명의 운영위원과 30여명의 일반회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활발한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다.
"인권운동은 굉장히 쉬운 일입니다.
흔히 양심수 문제, 국가보안법 철폐 등 인권운동이라하면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친구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인권과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지요."
'한국인권행동'은 전문활동가 중심에서 벗어나 회원들이 주축이 돼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는 시민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대구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국내는 물론 국내체류 외국인, 해외까지 인권활동의 관심 폭을 넓혀나갈 방침.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인권 문제에 두루 관심을 열어두고 특히 소외 계층에 무게를 두고 활동할 계획이다.
오완호 사무총장은 "불거진 인권문제를 쫓아가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의 권리를 찾는데 힘쓸 생각"이라며 "우리와 더불어 살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동성애자나 에이즈환자의 인권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권행동'의 창립은 대구가 인권을 생각하고 지켜가는 중심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전망. 지난 86년부터 20년 가까이 대구에 있던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올 1월 사무실을 서울로 옮기면서 '인권의 메카'로 불렸던 대구의 인권활동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 하지만 이번 '한국인권행동'의 창립을 계기로 인권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회원 모집과 가두 캠페인, 인권관련 입법제정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기도 하다.
공동대표 재원 스님(54'대구 마하사 주지)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해놓고 되살리기 힘들 듯 서로 불신하며 침해한 인권을 회복하는 것 또한 어렵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서로 존중하는 생활 속 인권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시절부터 10년간 인권운동을 펴고 있는 상임활동가 이주영(34)씨는 "인권문제를 어렵게 접근하려들지 말고 일상생활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제를 쉽게 풀어나가야 한다"며 "제도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의 인식을 바꿔야 '인권 문화'가 바르게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권행동은 이를 위해 '주제별 소모임'을 많이 만들어 인권에 대한 관심과 회원들의 활동을 활성화시킬 방침이다.
가정에서 지켜야 할 인권수칙 홍보모임이나 종교의 자유찾기 모임 등 일상생활 중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부터 해결하는 모티브를 마련해나갈 계획. 9월 중 개강을 준비하고 있는 시민인권강좌인 '인권학교'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인권행동이 다른 인권단체와 차별화되는 점은 인권운동의 자발적 참여에 있다.
조춘호(41'대구대 교수) 운영위원은 "기존 인권운동 단체는 자율적이기보다 강제성을 띤 경우가 많아 인권에 대한 효율성이나 접근성이 낮았다"며 "소수의 약자나 안전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 사람들이 스스로 주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윤정원(42'대구여성회 정책위원장) 운영위원은 "성매매 피해여성, 이주여성노동자, 호주제 폐지, 가정폭력으로부터 여성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 또한 인권운동"이라며 "가정폭력 방지법, 성폭력 방지법 등은 제정되었지만 실효성을 갖게끔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간이 인간에 대해 자행하는 무수한 형태의 차별을 없애고자 모였다.
사형, 고문, 양심수에 대한 구금, 정치적 수인에 대한 탄압, 정치적 살해, 가정폭력, 비인간적 노동현실 등 편견과 차별에 맞서고자 한다.
우리는 '모든 인간은 동일한 존엄성을 가진다'라는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평등과 자유가 인간세계에 도래하기를 희망한다.
'
한국인권행동의 창립선언처럼 남이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인권지킴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그래도 '희망'과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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