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오페라극장의 작은 꿈

입력 2004-07-15 09:03:06

이태리에서 가장 큰 오페라 극장은 시칠리아 팔레르모에 있는 마씨모(Massimo)극장이다.

음향이 가장 좋은 극장은 카타니아에 있는 벨리니(Bellini)극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태리를 대표하는 극장은 뭐니뭐니 해도 밀라노의 스칼라좌 극장이라 할 수 있다.

1993년도 일이다.

스칼라좌 극장에서 오페라 '페도라' 공연을 보기 위해 3일 동안 6시간 단위로 하루 네번씩 극장 앞에서 자원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줄을 선 후, 공연 티켓을 힘들게 구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엔 반 나절 정도 기다리면 됐지만, 호세 카레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와 같은 유명한 성악가가 출연하는 공연을 보려면 이 정도의 기다림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연 당일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티켓 구입 과정에서의 힘듦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럽의 크고 작은 도시에선 오페라 극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그들의 극장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거의 연중 내내 이뤄지는 공연에도 극장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도시 속에서 그들은 극장을 통해 사교를 통한 휴식을 만끽하고 삭막해진 마음을 위로한다.

작년 8월 우리나라에도 지방에선 처음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생겼다.

우리 지역뿐아니라 타지역 예술인들에게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며칠 전 매일신문 기사를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자원 봉사자들에 대한 글을 읽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자주 서면서도 정작 그분들의 숨은 수고가 있었다는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나 감사하고 흐뭇한 일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은 오페라극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예술인들도 더 많은 노력으로 최선의 무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술에 관한 한 한국을 넘어서 세계 속의 대구가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정아〈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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