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땐 슬픈 음악이 좋다.
슬픈 음악을 들어 감정을 한계 상황으로 이끌어 소진시킴으로써,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월광' 피아노 소타나 3악장의 격렬한 선율은 치통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기분이 정말 꿀꿀할 때 헤비메탈 음악을 소리껏 듣는다.
18세기 카이저 링크 백작은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골드베르크라는 연주자를 고용해 매일 밤 챔발로를 연주하게 했다.
그러나 곡이 시원찮자 백작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불후의 명곡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이렇게 태어났다.
'노래가 없으면 낫이 무뎌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산업사회 이전 음악은 노동에 있어서 필수 요소였다.
음악은 육체의 피로를 풀어주고 작업 능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됐다.
미국 뉴욕의 뮤자크라는 유선방송 회사는 '음악은 예술이지만 배경음악은 과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편안한 소음'을 개발해 팔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1일 노동량이 8시간일 경우 2시간30분내지 3시간 동안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악기는 저마다 고유 진동수를 갖고 있다.
쇠와 가죽으로 만들어진 사물놀이 네 악기의 소리는 인체에 굉장한 영향을 끼친다.
국악인 김춘호는 사물놀이 악기의 놀라운 치료 효과를 전해준다.
만성 두통이 있는 사람이 꽹과리나 징을 하루에 한두 시간씩 두들기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밤의 과음으로 숙취가 풀리지 않을 때 차 안에서 문을 꼭 잠그고 꽹과리나 징을 10분만 두드리면 술이 확 깬다고 했다.
한국 양궁선수들이 요란한 꽹과리 소리를 듣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장구나 북같은 가죽 악기들은 배와 가슴을 울린다.
장구나 북을 열심히 두들기거나 그 소리를 들으면 위장, 간, 폐 등 내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풍물 네 악기의 소리는 병충해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데, 농약이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모를 심을 때나 김을 맬 때 풍물 장단을 두드렸다.
작곡가 겸 저술가인 로베르 주댕에 따르면 대형쇼핑몰들은 괜히 어슬렁대는 10대 청소년들을 쫓아내기 위해 모차르트의 음악을 틀었다.
하드록 음악을 틀어놓으면 쥐들이 사라진다고 했다.
미군은 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 장군을 은둔처에서 끌어내기 위해 헤비메탈을 틀어댔다.
음악을 의미하는 '악(樂)' 자에 풀 초(草) 자를 덧대면 '약(藥)' 자가 된다.
'약은 풀에서 나온 음악'이라는 심오한 진리를 꿰뚫은 고대 동양의 지혜가 놀랍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사진: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죽기 1년전인 1981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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