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조명-조선.자동차 채산성 '비상등'

입력 2004-02-26 08:59:53

울산지역 수출업체들이 원자재 값 상승과 환율하락, 유가상승 등 '신(新) 3고시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3고'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은 재료비가 선박 값의 60%에 이르는 조선업. 지난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린 울산지역 조선업계는 올해 뜻하지 않은 철판값 상승이란 암초를 만났다.

국내 생산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값이 연초에 비해 t당 40만원선에서 50만원선으로 올랐고, 수입후판도 t당 320달러에서 400달러선으로 인상된 데 이어 조만간 440달러 수준까지 인상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해 후판 140만t을 소비하는 현대중공업(초대형 선박)의 경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자재비 추가 부담금만 2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환율이 연초에 비해 30원 떨어진 달러당 1천160원 수준인 최근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환손실만 무려 1천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순이익이 1천2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추가부담금 3천500억원은 엄청난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미포조선(특화선박) 역시 후판값 30% 인상에 대한 연간 추가 부담액이 500억원대에 달하는 데다 환율 10원 하락 때마다 연간 매출 손실액이 60억~70억원씩 늘어날 것으로 분석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역협회 울산지부는 지역 수출기업들이 수출 채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환율을 1천191원으로 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이영덕 홍보과장은 "업무 개선과 소모성 경비억제 등을 통해 원가 절감에 주력하고 있으나 조선업은 원자재 비중이 총매출액의 60%이고 인건비가 20%에 달해 한계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자동차 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6~12개월 단위로 원자재 계약을 하기 때문에 당장 타격을 입지는 않지만 유가 인상으로 내수부진이 심해 지난 한달간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38% 떨어졌다.

수출 역시 환율이 100원씩 하락할 때마다 월간 수출액이 700억~800억원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수출 부진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박영훈 홍보팀장은 "원자재 값이 오른다고 자동차 값을 올릴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향후 원자재 값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울산 수출업체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펄프, 석유정제, 화학, 기계장비 등 업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나일론과 스판덱스 등을 생산하는 ㅌ사의 경우 주 원자재인 카프로락탐의 가격이 지난해 t당 1천200달러에서 1천350달러로 12% 가량 오른데 이어 조만간 1천400달러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허리띠를 바짝 죄고 있다.

이 회사는 원자재 수급 계약을 3개월 단위로 하기 때문에 당장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없으나 2분기 원자재 수급을 위한 내달 계약부터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열교환기와 선박 건조용 블록을 제작하는 ㅅ사 역시 현재는 확보된 물량으로 버티고 있으나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해외 수입선을 찾아 나서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산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지역 2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원자재값 상승을 꼽았다"며 "동종 업계에서는 원자재 공동 구매 등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박진홍기자 pjh@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