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대부분 허구이다. 그렇지만 삶과 사회상을 반영한다. 정신과 전문의는 영화를 어떻게 이해할까. 김성미(38) 마음과 마음 정신과 원장이 들여다본 영화 속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연재한다.
계명대 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대한정신의학회, 대한학습의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독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정신과적 문제다.
주식 중독뿐 아니라 △병적 도박 △도벽 △쇼핑중독 △인터넷 중독 △섹스 중독 등 모든 중독현상은 충동, 유혹, 욕구를 의식적으로 억제할 수 없는 상태, 즉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어떻게 할까. 정신의학적으로 정상인이라 하면 자기 주체성을 갖고 인생의 목표를 자발적으로 추구하며, 괴로운 현실이라도 잘 수용하고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한다.
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고, 대인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만족스런 이성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사실 정상과 비정상간의 뚜렷한 경계선은 없다. 다만 어느 시점에서 한 개인이 얼마나 미숙하고, 비합리적이며, 비효과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인 것이다.
섹스 중독과 가정윤리의 파괴를 다룬 영화가 있다. '바람난 가족'. 주인공인 변호사 영작은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부부 생활에 염증을 느낀 우울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무용가인 예쁜 부인이 있으나, 입양한 아들 외에는 그들을 부부로 엮어주는 어떤 고리도 없이 소외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자기 부모가 그렇게 살았듯이 말이다.
영작은 외적으로는 의식있는 변호사다. 그러나 공허한 내면의 문제를 섹스로 해결하려는 아주 미숙한 인격의 소유자다. 젊은 여자와 성적 탐닉(섹스 중독)에 빠져 있다.
병적 도벽이 있는 피의자의 절도 행각을 영작이 변론하는 재판 장면이 나온다. 전혀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영작의 자아도취가 쓴웃음을 자아낸다.
비정상인인 영작의 정신역동을 살펴보자. 알코올의 힘을 빌려야만 자존심과 힘을 느끼는 무력하고 의존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영작. 그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은 보상적 과대망상과 지나친 자기애의 결과물이 아닐까. 만성적인 공허감, 적개심, 절망과 우울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병든 내면의 유일한 분출구가 섹스가 된 것이다. 반복적이고 충동적이고 비정상적이다.
맹목적으로 매달리고, 버림받고, 더 큰 의존욕구를 느낀다. KO 직전의 영작이 뻔뻔스럽게도 아내에게 돌아가 매달린다. 아내는 "넌 이젠 아웃이야"라고 '펀치'를 날린다.
거절당한 영작은 여비서와의 섹스에 또 매달리며 불안을 달래려고 한다. 결국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에서 내재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영작은 자신의 이런 정신 구조를 알아야만 섹스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직감하면서도 별대책 없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과잉보호가 사랑의 표현인 줄 아는 부모 밑에서 자란 고등학생(지운)이 옆집에 산다. 지운은 불안정하고 자기 비하적이며 반사회적인 경향이 있다.
남편에게서 소외당한 아내, 부적응적인 행동을 하는 지운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 마음을 열고 결국 이성적 사랑의 결합으로 이어진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처럼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이 세상은 살아갈 만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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