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가수 고복수의 노래 '짝사랑'에 나타나는 '으악새'는 새일까, 풀일까? 새 이름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TV 퀴즈 등은 '풀 이름'이라 가르치고 있지만, "새 이름이 맞다"는 주장 역시 만만찮다.
오창동(49.사업.대구 봉산동)씨는 지난 주 '라이프매일'에 실린 경북대 백두현 교수의 칼럼이 "'새'는 벼과 식물을 통틀어 칭하는 말"이라고 소개하자"으악새는 경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으악새는 식물인 '억새'의 경기도 사투리이기도 하지만 '왜가리'의 평안도 사투리이기도 하며, 노래 가사의 배경이 강일 뿐 아니라 작사자가 이북 사람인 만큼 이 노래에서의 으악새는 왜가리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
국어사전은 일단 오씨의 첫번째 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1980년대 이전의 사전들은 으악새를 오직 억새의 경기도 사투리로 기록했지만, 1990년대 이후 사전들은 평안도 방언인 왜가리를 가리키기도 하는 두 가지 용법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백로과에서 제일 큰 왜가리는 강이나 늪에 살면서 '으악으악'울고 어릴 때는 그 소리가 '왁왁'으로 들려 다른 사투리로는 '왁새'라고도 한다는 것.
오씨의 두번째 논거도 설득력 있다. 노랫말은 "여울에 아롱 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으로 이어진다. 강물이 배경이 돼 있고 여울 위로 출렁거리는 이즈러진 조각달이 비친다는 것.
그렇다면 으악새는 강에 사는 왜가리일 개연성이 높아지는 반면, 산이나 뭍에 사는 억새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더욱이 이 노래 2절은 "뜸북새 슬피우니", 3절은 "단풍이 휘날리니" 등으로 모두 직설적이어서 구태여 1절에서만 초월적 비유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오씨는 주장했다.
오씨는 세번째 논거로 작사자가 흔히 알려져 있는 '김능인'이 아니라 '박영호'라고 했다. 박씨는 광복 후 원산에 살고 있었으며 그때문에 남한에서는언급조차 금기시돼 '사막의 한'을 작사한 김씨로 기록됐다는 것. 이런 논거를 제시하면서 오씨는 "국어학자 상당수가 이미 으악새는 왜가리라고 보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억새의 사투리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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