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원 라이너 조크(one-liner joke: 짧게 한마디씩 하는 농담)를 잘하기로 유명했다.
지난 81년 한 정신병 환자의 총격으로 수술실에 실려가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주위 의사들에게 "당신들 모두 우리 공화당원이라고 제발 말 좀 해주시오"라고 농담을 해 의료진을 웃겼다.
뿐만아니라 걱정하는 아내 낸시에게도 익살을 떨었다. "여보, 총알이 날아올 때 납작 엎드리는 걸 잊었어. 영화에선 참 잘 했는데 말야".
대선 열기가 무르익으면서 후보들간의 토론회와 각종 연설회가 잇따르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매스컴을 통해 후보들과 그들 옆의 정치인들을 보게 된다. 한데, 선거열기가 고조될수록 왠지 재미도 없고 지루해진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 고장난 레코드판마냥 틀에 박힌 말,말.... 왜들 그렇게도 유머감각은 없는지.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 중 우리의 무표정한 얼굴, 싸우는 듯한 말투에 마음이 움츠려든다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사실 너나없이 우리의 표정은 굳어있지 않은가.
더구나 유머감각은 빵점 수준이다. 있다면 밑도끝도 없는 성(性) 우스개들 뿐. 대체로 선진국 국민들은 유머감각이 풍부하다. 특히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선 출세하려면 조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링컨, 아이젠하워, 케네디, 레이건 등 좋은 평가를 받았던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유머 감성이 뛰어났다. 영국의 명수상 윈스턴 처칠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조크의 대가.
하원의원 후보로 첫 출마했을 때 상대 후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은 국회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공격하자 "나처럼 예쁜 아내와 함께 산다면 당신도 일찍 일어나지 못할 걸"이라고 재치있게 받아치는 식이었다.
유머는 일상의 윤활유다. 그것은 요술지팡이처럼 어색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순식간에 즐거운 공기로 가득 채우고, 꽉 닫힌 마음도 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네 정치인들은 유머전술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의 신세대들은 기성세대가 놀랄만큼 유머를 잘 구사한다. '무거운 입'에 길들여진 기성세대는 신세대와의 유머 코드가 없는 탓에 흔히'사오정'이 돼버리기도 한다. 감성이 중시되는 21세기 사회, 서로의 벽을 트게하는 유머가 어쩌면 가장 매력적인 의사소통 수단이 아닐는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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