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도 사람처럼 숨을 쉽니다

입력 2002-07-29 14:07:00

이번 한옥탐방에 동행한 장석하 경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49))는 한옥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으로기자와 함께 향단과 독락당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다.

전통한옥 전문가인 그가 땡볕도 아랑곳않고 5시간 넘게 발품을 팔며 한옥을 세세하게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한옥사랑 때문이다.

"한옥에 담겨진 선조들의 조형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모두가 똑같은 기와집이며, 끝내 관광용 상품으로 전락될 것입니다. 현대주거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조상들이 경영한 한옥의 진정한 의미가 점점 잊혀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옥과 양옥은 근본적으로 차이점이 있다. 한옥의 터잡기는 자좌오향(子坐午向)을 근본으로 한다.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가장 적합하도록 남향이 주향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보이는 건물의 형태가 아니라, 내부에서 외부를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양의 집들이 수직성과 외양을 강조했다면 우리네 한옥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수평성과 경치를 중시한다. 양옥이 외부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방어적인 구조를 띤다면 한옥은 외부에 폐쇄적이지 않고 포용하는 구조다.

집안에 앉은 이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내가 집안에 있을때는 집이 없다"는 말이 여기에 연유한다. 또한 서양처럼 안방 식당 욕실 등 기능적 분화보다 '안방' '건넌방' '뒷방' 등 채에 의한 공간분화를 우선시했다.

"집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어요. 그 말에는 집주인의 생각과 개성이 담겨있지요". 이른바 '조형언어'에 귀 기울이란 장교수의 말이다.

"나무로 만든 한옥은 습기와 햇볕에 따라 수축하고 팽창하며 집안 사람들과 함께 숨을 쉬지요. 몇백년이 흐르더라도 말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고가는 아무리 보존을 잘 하더라도 몇년 지나지 않아 흉가가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요".

때마침 향단을 찾은 장년의 단체 관광객들은 장교수가 가리키는 집안 구석구석을 같이 따라다니거나 만져보며 한옥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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