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방송계 비리사슬 끊어야

입력 2002-07-23 14:12:00

'돈을 드릴까요, 나를 드릴까요!' 70년대 중반 국내에서 처음 TV방송 PD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신문기사 제목으로 쓰여져 사회에 풍미했던 유행어이다.

4, 5년을 주기로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방송PD의 뇌물사건이 이번엔 가요계의 PR비가 비리의 진원지로 등장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몇몇 담당 PD들의 사법처리를 끝으로 흐지부지 되던 종전과는 달리 부장, 국장 선에까지 전방위 수사 의지를 보이면서 방송계의 목을 죄고 있다.

사실 1년에 새 음반이 1천장이나 쏟아져 나오는 국내 음반시장에서 홍보라고는 TV, 라디오 방송에만 매달려야 하는 음반산업의 구조적인 한계가 결국 어두운 거래로서 스타마케팅을 낳게 하는 병리현상에 길들여 져 있는 셈이다.

신인가수가 스타메이킹을 위해 쓰는 PR비가 접대비명목으로 1억원은 남짓 쓴다는 것이 음반계의 소문들이다. 물론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전방위 로비가 주를 이루고 금품수수에서 주식제공으로 로비의 볼륨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바로 3개 지상파 TV의 42개 연예프로그램에서 15개 상위 연예 기획사(전체 51개) 소속 가수들의 올 1월 출연비율이 68%나 되고 연예·토크 프로그램에서도 가수가 52%를 차지하여 기획사들의 프로그램 물량확보 로비의 결과치를 읽는 느낌이 들 정도다.

돈만 넣으면 나오는 '자판기 프로그램' 이라고 쇼·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혹평하는 시청자도 있다. 그런 가운데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7월부터 문제의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람몰이와 이미지 조성으로 뜬 립싱크 댄스장르 가수들이 자리잡아 왔던 상위 랭크에 라이브 가수들이 새로 차지하고 있다. 지난 주말 MBC의 음악캠프(20일 오후 4시)와 SBS의 인기가요(21일 오후 3시 50분)에서 라이브 가수 '휘성', '윤도현', '박정현',…들이 랭킹 10위 권내로 급부상했다.

한달 전 만해도 50위안에서도 찾기 힘들었던 라이브장르가 수사 덕분(?)인지 러브레터(KBS2), 수요예술무대(MBC)에서 10대팬 들의 극성무대인 인기가요순위로 옮겨져 음악성과 가창력으로 새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는 연예계와 방송계의 비리사슬고리를 영원히 끊어야 한다. 가요계는 음악성과 실력있는 가수 배양으로 자생적 경쟁력을 높이고, 방송계는 적어도언론인 윤리강령 실행과 사회의 공기로서 도덕성을 되찾아야 할 때다.

미디어모니터회 류 우 하wooh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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