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가 판친다

입력 2002-07-18 12:23:00

대구 시민 100명 중 1명이 고소를 당할 정도로 고소가 남발돼 수사력 낭비, 피의자 양산은 물론 사회적 통합을 가로막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난 한 해동안 고소당한 사람이 3만명을 넘어 250만 대구 시민 중 1.2%가 피고소인으로전락했다. 전국적으로도 지난 80년 12만3천500여명이던 피고소인은 매년 20% 안팎으로 증가해 2000년엔 49만7천4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한 해 피고소인이 1만1천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피고소인은 일본의 50배에 달하고 양국의인구비례를 감안하면 120배를 넘는 셈이다.고소가 남발되는 가장 큰 원인은 대다수 고소인들이 고소제도를 채무관계 해결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

검찰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고소사건 자체가 적은데다 상해·폭행 등 일반 사건이 주를 이루는 데 반해 우리는고소 제도가 채무자를 압박해 돈을 받아내는 수단이나 민사재판의 증거수집용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체 피고소인 중 사기죄로 고소된 사람이 50%를 넘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고소사건은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사력 낭비를 부르고 있다. 수사기관이 고소사건을 조사한 뒤 혐의를 인정해 재판에 넘기는 기소율은 평균 20%선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소 남발 여파로 무고사범도 폭주하고 있다. 대구지검의 경우 무고혐의로 적발돼 사법처리되는 사람이 매년 100명을 넘을 정도다.

고소 남발을 막기 위해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새 고소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검찰은 접수된 고소장을 선별, 형사범죄로 입증되기 어렵거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건의 경우 진정으로 접수해 내사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금전거래 등에 있어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 풍조에다 소송 만능주의가 고소 남발의 주요 원인"이라며 "무고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고소를 억제하는 등 관계기관의 대책과 함께 국민들의 의식 개선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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