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유민 출신의 당나라 장군 고선지(高仙芝 ?~755)는 당나라 개원 말에 병력 2천을 거느리고 톈산(天山)산맥을 넘어 서쪽의 달해부를 정벌했다. 그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747년에 소발율국을 원정하고 돌아온 1차 원정 이후부터.
그는 1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파미르 고원을 넘어 토번족(티베트)을 격파하고 계속 진격, 험난하기로 유명한 힌두쿠시 준령을 넘어 소발율국의 수도를 점령했다. 750년 2차 원정때는 타슈켄트 부근의 석국을 토벌, 국왕을 장안(長安)으로 호송했다. 그러나 포로가 된 석국왕이 암살당하자 서역 각국이 연합해 쳐들어오자 7만의 정벌군을 편성, 3차 원정에 나섰으나 동맹국인 카를루크의 배신으로 유명한 탈라스 전투에서 패배해 후퇴했다.
고선지가 세운 탁월한 업적은 프랑스 동양학자 샤반느의 '서돌궐사'에 기록됐고 영국의 유명한 탐험가 슈타인은 고선지의 전적지를 직접 답사했다. 슈타인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천재적인 전략가로 평가했다. 톈산산맥은 중국의 신강 위구르 자치구에서 키르기스스탄 공화국에 걸쳐 동서로 뻗은 험준한 산맥으로 길이 2,000km, 최고높이 7,439m나 된다. 고대에 비단 무역을 계기로 중국과 서역 각 국을 이어준 교통로를 총칭하는 실크로드(Silk Road.비단길)는 중국 당대(618~907)에 교역이 가장 성했는데 주 루트가 돈황에서 북상해 하미(哈密)를 경유, 트루판에서 카슈가르로 향하는 톈산 남로와 톈산산맥 북쪽을 지나는 톈산 북로였다.
이같이 상업면에서 뿐 아니라 동서 문화 교류라는 면에서 세계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실크로드에서 한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떨친 고선지 장군의 활약은 21세기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오늘의 우리 한국인이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삼성물산(사장 송용도)이 구 소련 공화국인 키르기스스탄에서 해발 3,000m가 넘는 톈산산맥을 넘어 옛 실크로드를 지나는 산악도로를 완공했다는 소식이다. 이 도로는 키르기스 고속도로(총연장 617㎞) 대역사 중 카라발타와 수사미르를 연결하는 80㎞구간으로 32개월의 공사기간이 걸렸다. 삼성은 이 공사를 험악한 산악 지형과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고 3개월이나 공기를 단축, 참여 외국기업 중 유일하게 공기 내에 공사를 마쳐 키르기스스탄 정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것.
신라때의 박제상이 지었다는 '부도지'에서 우리 민족 시원의 땅이라고 적고 있는 톈산산맥에서 한민족이 고대에 이어 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현대에 다시 뻗어나는 기상을 보여주고 있는것이 예사롭지 않다. 비록 현재는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지만 21세기엔 한민족의 저력이 새롭게 세계에 떨치기를 기원해 본다.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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