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지역기업들-②(주)태성텍스타일

입력 2001-07-11 15:04:00

중국 섬유는 무서운 기세로 한국을 넘봤다. 보잘것없는 품질에 낮은 가격 하나만으로 세계시장에 조금씩 발을 디디는가 싶더니 4~5년만에 기술력과 품질까지 우리를 따라잡았다.

(주)태성텍스타일(달서구 대천동) 신규태(52) 대표는 IMF체제 당시 섬유업계가 환율차익으로 잠시 희희낙락할때 중국의 '큰 걸음'을 이미 감지했다. '신소재 개발'과 '제품 차별화'만이 국제무역질서의 거센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대응전략 마련에 나서 끄떡없는 방파제를 구축했다.

섬유업계에 발을 디딘지 22년이 지난 지금 신 대표는 업계에서 '신소재 개발의 귀재'로 불린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꼬박 사흘 밤낮을 뜬 눈으로 지샐 정도로 심혈을 쏟았다.

지난 93년 '바마텍스 레피어직기'로 설비를 교체하기 시작, 지난 98년을 전후해 차별화 제직을 내세운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에 주력했다. 폴리에스테르 혼합 스판덱스, 교직물 스판덱스, 바마광폭교직, 커튼침장, 산자용 스판덱스, 특수사 가공수출 등 철저한 다품종 소량생산 수출에 전념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지역 바이어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주문 물량도 날로 늘었다. 중동과 동남아지역에서 원하는 저가 대량물량은 아예 손을 떼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개발한 신제품 아이템만도 1천여종이 넘는다. 이중 지난 2월과 지난 96년 각각 실용신안 등록한 '주름직물'과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느낄수 있도록 한 개량커튼지'는 인기 상한가를 쳤다.

바이어들이 원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을 위해 품질관리와 마케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결과 손실률도 덩달아 크게 줄었다.

지난 97년부터는 산.학.연(産.學.硏) 공조체제의 시너지효과에도 눈을 돌렸다. 지역 10여개 업체와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영남대 관계자 등 19명으로 '한국섬유소재개발연구회'를 발족한 것이다. 올해 이 연구회 회장직을 맡은 신 대표는 신소재개발 정보교류와 특수사 개발에 머리를 맞대면서 이를 현장 생산시스템에 적용,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직기 26대와 직원 35명의 단출한 기업이지만 지난 99년 40여억원이던 매출액을 지난해 90여억원으로 두배 이상 끌어올렸다. 올 상반기도 전년대비 매출실적 130%를 달성, 올해 전체 매출액을 120여억원으로 잡고 생산활동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주)태성텍스타일은 특수 복합사 직물과 차별화제품 연구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99년 11월 대구시로부터 '뉴밀레니엄 선도 중소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12월 제37회 무역의 날에는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업체는 조만간 실현될 중국의 WTO가입, 2005년 섬유쿼터 전면폐지 등 국제 섬유교역질서의 엄청난 변화도 차분히 맞이할 준비태세를 갖췄다. 감산(減産)과 구조조정, 직기폐기와 조업중단 등으로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대다수 지역 섬유업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자본주의 현실을 꿰뚫은 (주)태성텍스타일의 경영전략이 지역업계의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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