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용지난. 정책 부재 첨단기업 '탈대구' 재현

입력 2001-05-11 14:08:00

공장용지 부족과 대구시의 정책부재로 지역 벤처기업까지 '탈(脫)대구'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성서공단의 벤처기업 (주)맥산시스템은 지난 2년 동안 공장신축 부지를 물색했으나 부지를 확보못해 지난주 경기도 성남시에 조립라인을 마련했다.

맥산은 대구시가 불하한 성서첨단산업단지 등 여러 곳의 공장용지 입찰을 시도했지만 해당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맥산은 올해 1/4분기만 480억원 어치의 주문을 받을 정도로 선박용 GPS(글로벌포지셔닝시스템), 이동통신 중계기 등의 핵심부품인 산업용 CPU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에 주한 영국대사관은 지난해 10월 공장부지 무료 제공 등 모든 편의를 보장하며 영국으로 공장이전을 요청했다. 영국측의 조건은 현지인 채용과 고용보장이 전부였다.

경북대 공대 10호관에 입주, 지난해 말 독특한 특수공구를 개발한 팔성하이텍도 최근 수십만 세트의 수출물량이 쏟아지고 있으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공장부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반도체 소자분석기를 생산하는 유망 벤처인 일렉스 역시 200평 규모의 공장부지 조차 얻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성서첨단산업단지와 월암송신소 부지 등의 입주조건을 반도체 또는 자동차부품 관련 업종으로 엄격하게 규정, 지역 벤처기업의 역외유출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벤처관계자들은 "경기, 대전 등 다른 지역은 첨단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안달인 반면 대구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유망 벤처를 역외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위천공단의 국가산업단지 지정이 계속 표류하면 오는 2003년쯤 분양할 달성 구지공단 조성전까지 공장용지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경제 전문가들은 "구지공단은 정보교환이 필요한 첨단업종 입지로 부적합하다"며 "서울의 구로공단과 일본의 가와사키 등이 굴뚝형 공단에서 첨단단지로 변모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3공단을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안을 대구시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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