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브스지 선정 억만장자

입력 2000-11-11 14:12:00

21세기 정보통신 혁명의 시대를 맞아 인도만큼 우리에게 극단적 이미지로 다가오는 곳도 드물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면서 IT(Information Technology)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수준임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의 포브스 잡지가 선정한 322명의 억만장자 중 인도출신은 모두 11명. 이들 전부가 IT기술을 활용, 엄청난 부를 쌓아 올렸다.

패기만만한 청년 새미어 샤리프의 성공담도 비슷하다. 지난 1996년 20대의 샤리프가 대졸 동기생 3명과 함께 의사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인터넷 기업 medlife.com을 뉴욕에서 설립했을 때 누구도 눈부신 성공을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겨우 3년만에 medlife.com의 수입은 9천만 달러(약 999억원)를 돌파했고, 올해 수입만도 벌써 4천만 달러(약 444억원)를 넘어섰다. 불과 4년만에 30만명의 의사를 크라이언트로 하는 최대규모의 온라인 메디컬 스토어로 성장한 것이다.

사실 미국의 주요 IT기업들은 인도의 능력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영국 식민지 역사를 겪은 탓에 인도는 미국 다음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과학·기술 전문인력이 풍부한 나라로 꼽힌다. 고급IT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에 빠진 미국 첨단기업의 입장에서 인도의 우수한 인력이 진출하는 것을 크게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인도 젊은이들 역시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게 되는 이유는 많다. 비록 재능은 뛰어나지만 '자본의 부족' '제한된 국내시장' '불충분한 인프라' '비싼 하드웨어' 등 인도의 국내조건이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게 만드는 것이다.

NASSCOM(National Association of Software and Service Companies)에 따르면 10억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는 올해 3월 현재 430만대의 PC와 2천600만대의 유선전화, 7천500만대의 TV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인터넷 등록자는 77만명에 불과, 인터넷 전체 이용자도 320만명 수준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열악한 사회·경제적 환경에도 불구, IT강국임을 고려해 볼 때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기술 박람회 IT.com이 이번주 일요일까지 5일간 인도 벤처도시 방갈로에서 열리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미정부의 후원을 받는 이 행사에는 전세계 376개 IT기업이 참가, 첨단기술을 선보이고 우수인력 유치 경쟁을 벌릴 전망이다.벤처기금을 조성하고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등 국내 벤처투자 촉진을 서두르는 인도정부의 노력과 외국기업의 유혹 사이에서 젊은 인도의 IT인력들은 어쩌면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지도 모른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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