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렁이는 경찰, '향피인사' 확대

입력 1999-11-23 00:00:00

지방경찰청장에 이어 경무관과 총경급 인사에도 향피(鄕避)원칙이 적용되는 등 전례없는 인사조치가 실시될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 경찰조직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특히 향피제 인사 확대 실시에 대해서는 경찰내부에서 긍.부정적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인사에 따른 논란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경찰서 일부 간부들은 향피제 인사 확대 실시는 "경찰의 이미지와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토착비리 근절을 위해 내부반발을 무릅쓴 개혁조치"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연고주의에 따른 인사로 경찰간부들이 지역 유력인사들이 개입된 비리가 발생할 경우 평소 친분이나 지역사회에 미칠 여파를 고려,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내부의 자성. 그래서 모 경찰서장은 "토착비리를 척결하고 경찰의 개혁의지를 보여 준다는 측면에서 향피제 도입은 바람직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향피제 인사가 내년 실시 예정인 자치경찰제 취지와 어긋나는데다 총선을 의식한 '과시성 인사'라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일부 경찰간부들은 이번 조치가 지역실정을 잘아는 인사를 지역에 배치, 지역현실에 맞는 자체 방침을 마련해야 할 지방자치경찰제의 정신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논란의 소지가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국민과 가장 밀접한 경찰조직에 대한 개혁을 내세워 내년 총선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모 경찰서 간부(경정)는 "고향에서 근무한다고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근무여건 개선과 동기부여 등 조직 전반에 대한 개선책이 없는 한 개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간부는 "전국단위의 인사를 전제로 한 향피원칙은 향후 도입될 지방자치경찰제 정신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비리경찰관 구속에 이어 이번 개혁적 인사조치가 발표되자 일선 경찰관들은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 파출소 직원은 "경찰이 언제까지 비리척결의 대상으로 거론돼야 하느냐"며 "개혁조치가 나올때마다 마치 경찰이 비리의 주범인 것처럼 느껴져 허탈하다"고 말했다. 모 경찰서 고참 형사는 "경찰의 비리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사기 진작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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