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진정한 효

입력 1999-11-13 14:11:00

지난 월요일, 유치원 원아들이 주말지낸 이야기를 서로 나눌 때 묘사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붉은 단풍이 든 산을 다녀와서인지 이야기하는 원아들의 얼굴이 단풍처럼 발갛게 상기되었다.

토인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취하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를 봉양하고 조상을 섬기는 효의 정신이라 하였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는 확실히 효의 개념이 남다른 데가 있다. 부모님 생전에 효도는 물론 사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내고, 정갈스레 준비한 제수품과 아울러 조상숭배의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후손들이 윗대의 산소를 찾아 시사(時祀=묘사)를 지내는 미풍양속이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아무리 첨단과학의 시대라지만 우리는 아직도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과 햇과일을 조상에게 대접하는 시사를 많이 지낸다. 좌청룡 우백호가 보살펴 받드는 조상의 유택에서 준비한 음식을 진설하고 묘제를 올린 뒤 돌아가신 분의 음덕을 기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서구국가들을 여행하며 우리와 다른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프랑스,스위스, 미국에서는 공동묘지가 마을 한가운데, 또는 학교 가까운 곳에 공원처럼 잘 가꿔져 있었다. 동네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산책지로, 휴식처로 자리매김되어 있는 묘지. 그들은 생과 사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분리시켜 놓지 않고 삶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이었다. 주거지와 되도록 멀리 떨어진 깊은 산중에 산소를 쓰는 우리 의식으로는 쉬 납득할 수 없는 문화의 차이라고나 할까.

옛날 행세하는 문중에서 시사를 지내는 날이면 산자락에 도포입고 갓을 쓴 제관들이 수두룩했고 아이들은 음복할 때 떡이나 얻으러 갔었다. 이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족 모두가 제관이 됐다. 이렇게 변한 세상에 비좁은 국토에 심각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묘지제도, 해마다 여의도만한 땅이 묘지로 변해간다는 현실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진정한 효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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