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제(司祭)시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이정우 신부가 시집 '내 생애의 바닷가에서'를, 시집 '홀로서기'로 한국 현대시사에 신기원을 이룬 서정윤씨가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를 나란히 펴냈다. 두 시인의 각각 여섯번째 시집으로 문학수첩에서 나왔다.
시를 통해 고통속에 피어오르는 희망과 안식의 불씨를 건네주고 있는 시인 이씨는 이번 시집에서 달마를 노래하기도 하고,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잃어버린 본성과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 그러나 달마로 변신해 일상의 창을 열어보기도 하고, 때로 티없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읽어내 보지만 그의 마음에 고이는 것은 슬픔 뿐이다.
'어머니,/ 윤동주는 나라없는 괴로움을/ 시로 썼지만,/ 이 시대의 저는 인간성을 잃은 슬픔으로/ 술이라도 마십니다./ 제가 사랑하는 형제와 누이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저 혼자 여기 겨울바다에서/ 저 눈발을 아프게 바라볼 뿐입니다'(시 '바다'중)
시인은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오늘의 현실을 짚어 본다. '보고픈 마음으로/ 산굽이 돌아 찾아왔더니/ 옛터엔 저승꽃만 피어 있고/ 앞개울 바닥에/ 폐비닐만 날리고 있네.'('고향마을')
이처럼 시인의 눈에 비친 세상은 메말라가고 있는 인간성과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몸짓으로 가득하다. 이같은 세상살이를 이겨내는 길은 없을까. 성냥갑 몇몇 개를 실에 꿰어 매단 소박한 성탄나무처럼 거짓없는 사랑과 지극한 생명에의 꿈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대신한다.
한편 시인 서정윤씨의 시집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에는 나를 발견하고, 깨달음을 향해가는 시인의 발걸음이 감지된다. 실험적인 언어와 수식이 엿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그는 "시를 쓴다는 것은 하늘에 무지개를 그리는 일"이라는 고백처럼 새로운 자세로 시에 접근하고 있다.
때로 자작나무 숲의 나무나 나비 애벌레의 모습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운문사 계곡물 소리에서 웅성이며 지나온 삶을 되비쳐 보기도 한다. '호흡은 더 짧아진다/ 역사의 구름속에 숨어있는 쥐눈들,/ 이것들의 비겁함과 간악함도 보인다/ 풀돋은 땅에 귀 대고 듣다 보면/ 침묵의 순간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알게 된다'('낱말 찾기')
나긋한 감성보다는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 고개를 돌린 이번 시집에서 시를 통해 존재에 대해 성찰하고, 무지개를 그려나가는 시인의 무게중심을 가늠해볼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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