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망치는 PC통신 언어

입력 1999-10-08 15:02:00

PC통신,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비롯된 약어, 은어가 청소년들의 일상 생활에 무분별하게 침투되는가 하면 영화 제목에까지 등장하는 등 우리말과 글이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

국어학자들은 우리말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초.중학생 등이 작문이나 실제 대화에서 잘못된 '통신언어'를 그대로 사용해 세대간 단절까지 불러오는 등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체계적인 연구와 국어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는 '서울'이 '설'로, '재미'가 '잼', '통신장애'가 '통장', '서울여자'가 '설녀', '멋있어'가 '멋시또' 등으로 변질된 통신언어가 이미 일상 생활어로 자리 잡았다. 또 대화방에서 만들어진 말인 '짱(최고)'은 영화제목으로, '고딩'(고등학생)은 영화제 명칭(고딩영화제)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학부모, 교사 등 기성세대들과 청소년들 사이에는 기본적인 대화에서 조차 의사소통이 안돼 세대간 단절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청소년들끼리도 지나친 통신용어.은어 사용에 따른 차별화 의식이 불거지고 있다.

김모(45.중학교 교사)씨는 "교실에 가면 학생들이 '안냐세요'(안녕하세요), '어솨요'(어서오세요)라고 알수 없는 인사말을 하고 있고 공고 등에는 '모람'(모이는 사람) 등 뜻도 모를 말을 사용해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곽재용(진주교육대.국어과)교수가 99학년도 하계교원연수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PC통신 대화방에서 좋은→조은, 싫어→시러/시로, 축하→추카 등의 형태로 어법이 파괴되는 등 통신언어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국어가 상당히 변형되고 있다는 것.

이정복(서울대.국문과)교수도 논문에서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기와 각종 은어, 비속어가 통신에서 남용되고 있다"며 "올바른 통신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의 언어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규 교수(경북대.국문과)는 "PC통신과 인터넷에 사용되는 약어와 은어 등은 확산속도와 파괴력이 커 우리말을 심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며 "통신언어가 언어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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