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라운드 주제발표 내용 요지

입력 1999-10-07 15:33:00

△ 드 베르니스(프랑스·그로노블대 명예교수) 현재 전세계 채무국들은 앞으로 영원히 상환할 수 없는 엄청난 외채에 신음하고 있다. 반면 채권국 또는 채권보유 은행들은 금리 격차나 환차익, 원자재 등 1차상품 투기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같은 악순환은 빈부국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도처에 실업과 빈곤을 야기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과감히 채무를 포기해야 할 때다.

△ 헤 리핑(중국·북경금융학원 원장) 97년 이후 중국은 매년 500억달러 이상의 자본 유출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 무역수지 적자로 100억달러 가량이 빠져나갔다. 국내 금융시장의 미성숙과 까다로운 행정 규제, 위안화 가치 조정에 대한 우려 등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중국은 거시경제의 안정성과 금융 자유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비단 중국만이 겪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금융시장 개혁을 위한 국제적 협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김인철(성균관대) 일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는 심각한 역내 무역불균형, 늘어가는 외채부담, 통화가치의 인위적인 고평가 등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해결하고 경제발전의 활력을 얻으려면 4가지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국가간 상호보완성을 높일 수 있는 아시아경제연구소를 설립하고, 역내 특정국이 외환 고갈 조짐이 있을 때 이를 조기에 해소할 아시아지불준비은행을 창립해야 한다. 또 말레이시아처럼 역내 국가들은 단기자본에 유출세를 부과하고, 외국은행 차입을 통해 외자를 유치할 경우 자본 수입자들은 도입액의 일정부분(6~20%)를 국내 외환 당국에 예치토록 해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한다.

▨제2라운드

△긴히데 무샤코지(일본·반차별국제운동)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경제가 도박장화하는 '카지노 자본주의' 현상이다.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측면인 탐욕과 공포에 기반하는 카지노 자본주의는 금융귀족을 위시한 극소수에게 일확천금을 안겨준다. 반면 대다수 서민들을 불안정과 빈곤에 빠지게 하는 비윤리적인 경제 시스템이다. 카지노 자본주의에 대항하려면 지역과 국가 나아가 세계적 차원에서 투기자본 규제, 투기세 부과 등 조절 기제를 세워나가야 한다.

△루이 미구엘 갈린도(멕시코·멕시코국립대) 멕시코는 지난 20여년 간 은행 사유화, 중앙은행 독립, 각종 규제완화 등 국가 금융시스템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한편 금리와 환율을 자유화해 시장기능에 맡겼다. 금융부문의 근대화, 국내 저축 증가, 국제수지 개선 등이 정책목표였다. 그러나 자유화 이후 멕시코 경제는 증시의 미국경제 예속화가 심화되고 주가 변동폭도 심해지는 등 금융시스템이 위기파급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국내저축도 오히려 감소했다.

△팬 A. 요토풀로스(미국·스탠포드대) 자유롭게 통화가 거래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사람들은 불안정한 통화(연화)보다 안정한 통화(경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띤다.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무역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연화의 불안정성이 더욱 가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교란상태에 빠질 경우 중·후진국의 연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저하돼 국제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자유외환시장의 구조적 결함에 있기 때문에 환율통제라는 다소 급진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김영철(계명대)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통해 투기자본의 공격성과 환율 시스템의 결함 등 국제통화금융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토빈세 및 외환예치제, 자본유출통제 권한 등 단기투기자본 규제책과 AMF(아시아통화기금) 설립이 시급하다.

▨제3라운드

△히토시 히라카와(일본·도쿄게이자이대) 문제는 명색이 국제기구라는 IMF가 외환위기를 당한 국가에게 획일적인 구조조정을 강요, 경제환경을 더욱 악화시킨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동아시아도 경제위기를 당했을 때 해당 국가에 자금을 공급해주고 실정에 맞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자체 지역기구가 필요하다. 당장 떠오르는 대안은 일본 엔화의 국제화와 AMF 설립이겠지만 일본의 군국주의적 경향과 아시아 국가들의 불신 때문에 실현되기 어려우므로 유로화와 비슷한 아시아통화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대환(인하대)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위한 방안으로 외채탕감, 목표환율대 및 국가별 세이프 가드 설정 등 많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개별 국가가 이를 독자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며 반드시 국제연대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 비정부기구의 연대를 출발점으로 해 정부차원의 연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구라운드에서 이같은 운동을 추진하기 위한 세계 시민운동단체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자.

△이병천(강원대) 현재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해결하려면 한국-중국-일본이 삼국협력을 이뤄낸 다음 아시아 차원의 연대를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의 압력에는 무력한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는 패권주의를 행사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신자유주의의 기수 노릇을 하고 있어 삼국협력체제의 성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동시에 두 나라가 균형을 이루게하는 제3의 균형추 역할을 해내면 삼국연대는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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