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정책에 내몰리는 영재들

입력 1999-10-06 15:13:00

'영재학교에서 입시학원으로'

대구.경북 과학고 2학년생들의 자퇴행렬이 올해도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설립된 대구외국어고에서도 자퇴생들이 쏟아져 나와 특수목적고 존립근거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무더기 자퇴생들은 특히 대구시내 한두 입시학원에 특별반을 만들어 그대로 수평이동,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영재교육이라는 설립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대구과학고의 경우 5일까지 자퇴한 2학년생이 53명으로 전체 정원 120명의 절반가까이 이르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합격한 21명까지 합하면 3학년에 진학할 학생은 고작 46명에 불과해 내년도 수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대구 외국어고 역시 첫 졸업생이 돼야 할 2학년생 가운데 31명이 자퇴했으며 특히 일어반의 경우 30명 가운데 9명이 학교를 떠났다.

이들 특목고 자퇴생들은 지난해까지 서울, 대구 등의 입시학원으로 분산됐으나 올해 경우 아예 대구의 입시학원에 특별반을 만들어 다시 모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구 일신학원에는 대구과학고 자퇴생 43명으로 특별반이 편성돼 지난 4일부터 수업에 들어갔다. 또 수성구 체르또학원에는 대구와 경북과학고 자퇴생 20여명과 대구와 경북 외국어고 자퇴생 20여명이 각각 1개반씩 구성, 수업을 받고 있다.

이는 개별적으로 서울, 대구 등의 입시학원에 다닐 경우 학습진도에 상당한 혼란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찮은 점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학원측과 협의를 통해 빚어진 현상이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특목고 재학생들과 자퇴생들, 일반고 학생들간 이질감이 커지고 내년도 수업차질은 물론 특목고 입학희망자의 수준이 점차 떨어지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외국어고 김대일교감은 "대구외고는 1년만 늦게 계획했어도 설립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목고 설립취지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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