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요구 수용않아야

입력 1998-01-17 14:25:00

지난 연말을 전후해 가까스로 급한 외환위기를 넘겼으나 최근 진행중인 선진국 민간은행들과의 단기외채의 장기채전환(長期債轉換)협상과정에서 엄청난 고금리(高金利)요구로 다시 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 협상에서 미국금융기관들이 제시하고 있는조건은 6%%선의 가산금리와 한국정부의 지급보증이나 국채와의 맞교환등으로 국제금융관례상 드물게 무리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한국의불리한 입장을 최대한 이용, 우리정부의 보증하에 고금리의 잇속을 챙기자는 것으로 볼수밖에 없다. 물론 외환위기에 몰린 우리의 입장에선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수 없는 터이지만 도움의 대가가 위기를 벗어나게 하기보다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큰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작년가을 이후 우리가 빌려쓰는 장단기 외채금리가 종전 연6~6.5%%에서 평균 12~14%%로 급등했다. 이번 협상에서 높은 가산금리 적용으로 이전에 빌린 외채까지 또 연11~13%%의 금리를 물게되면 우리는 영영 외국빚더미에서 헤어날수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추산으로는 올해 우리가 갚아야 할 외채이자 규모가 1백50억달러에 이르고 있어 지난해부담액보다 68억달러나 늘어난다는 것이다. 앞으로 연10%%선이넘는 고금리추세로는 갈수록 외채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올해부터 해마다 1백5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도 외채이자갚기에도 모자라고 원금상환은 꿈도 꿀수없다. 무역흑자도 그만큼 낼수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고금리를 수용한다면 우리가 국제적으로 지불유예선언(모라토리움)을 하는것보다더 유리할게 없을 것 같은 판단이 든다.

우리의 실정이 이러함에도 미국정부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부장관은 지난 15일까지 주겠다던 80억달러의 협조융자를 민간금융기관과 벌이고 있는 외채상환재조정협상을 지켜본뒤 주겠다며 조기지원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는 한국의 어려운 외환사정을 더 옥죄이게 함으로써 미국 금융기관의 협상조건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가담긴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미국정부까지 한국과의 당초 약속을 어기면서 자국금융기관의 고금리협상 관철을 지원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우리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그러나 그같은 고금리요구는 신축적 조건으로는 수용할 수 있으나 장기간 적용조건으로는 현재보다 더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수용해선 안된다. 정부가 여러가지 안을마련하고 새정부측 대표들도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입장을 납득시킨다는 것이나 미국금융기관의 다각적 협상전략에 성공적으로 대처할지 미지수다.

어쨌든 이번 협상은 결코 밀려서안될 협상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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