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울릉크루즈시대(2)= 독도 크루즈는 안 될까

입력 2021-10-14 06:00:00 수정 2021-10-14 06:25:49

포항~울릉 뉴시다오펄호, 멀미·높은 파도로 인한 결항 없애…포항~독도~울릉도 노선 특별 상품 계획

포항~울릉을 오가는 대형여객선 뉴시다오펄호 9층 헬기장에서 내려다보는 배의 뒤편 모습. 김교성 기자
포항~울릉을 오가는 대형여객선 뉴시다오펄호 9층 헬기장에서 내려다보는 배의 뒤편 모습. 김교성 기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울릉도 주민들이 뱃멀미 고통 없이 포항을 다녀왔다고 좋아한다. 울릉도에 사는 사람이 무슨 뱃멀미 타령이냐고 한다면 한참 모르는 소리다. 너울성 파도를 만나면 배에서 일하는 사람도 멀미에 시달린다고 한다.

육지에 사는 울릉도·독도 관광객은 뱃멀미를 더 피할 수 없다. 한번 시작하면 내려서 땅을 밟을 때까지 계속되는 게 멀미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울릉도 관광에 대한 기대감, 우리 국토의 보루인 독도를 밟아보려는 일념도 멀미 앞에서는 사그라진다.

지난달 16일부터 포항~울릉도를 매일 왕복 운항하는 2만t급 대형여객선 뉴시다오펄(New Shidao Pearl)호가 위용을 떨치고 있다.

울릉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이 배의 사업자는 울릉크루즈㈜다. 해양수산부 대형여객선 공모 사업을 통해 지난 7월 1일 포항~울릉 정기여객 운송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길이 170m, 폭 26m, 1만9천988t급으로 여객 1천200명과 화물 7천500t을 수송할 수 있으며 최대 속력은 20노트(시속 37㎞)다.

모든 객실이 승객용 의자 없이 침실로 이뤄진 카페리선으로 2017년 7월 건조됐다. 울릉크루즈는 군산과 중국 스다오 노선을 운항하던 이 선박을 3년 임대했다.

뉴시다오펄호는 포항 영일만항(포항시 흥해읍 용한리)에서 오후 11시, 울릉 사동항에서 낮 12시 30분 각각 출발하며 운항시간은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울릉 사동항에서 오전 11시 출발하는 등 날씨와 회사 사정에 따라 시간이 조정될 때도 있다.

울릉크루즈 1호가 된 뉴시다오펄호는 임대한 선박이라 일부 기자들이 이름 지은 '신독도진주호' 같은 명칭 변경은 어렵다. 울릉크루즈는 앞으로 비슷한 크기의 새로운 대형여객선을 건조할 계획으로 전담팀을 두고 있다.

뉴시다오펄호는 운항 시작부터 이름값을 하고 있다. 울릉 주민과 관광객들의 멀미 고통과 높은 파도 등 날씨로 인한 결항을 없앤 것이다. 지난달 16일부터 13일까지 이 배는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일 포항에서 울릉도로 출항했다.

한번 결항도 관련 기관이 태풍주의보를 지나치게 해석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울릉크루즈는 태풍이 지나갈 때를 제외하고 연중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포항~울릉을 오가는 여객선들이 연중 100일 이상 결항하고 있지만, 뉴시다오펄호는 기상 악화와 선체 정비 등으로 30일 이내 결항을 예상한다.

이용객들은 점차 늘고 있다. 사업자는 평균 700명 탑승을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10월 현재 이용객은 평균 500명 정도다. 자체 기준으로 4차례 만선(1천 명)을 기록했으며 900명 이상 탑승한 적도 3차례 있다.

울릉크루주 김준우 대회협력실장은 "큰 호응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여객선 결항으로 울릉도에 발이 묶인 이용객들이 이제 뉴시다오펄호로 바꿔 타고 나올 수 있다. 지난 12일에도 울릉도에서 800여 명이 승선했다"고 밝혔다.

멀미하는 승객도 거의 없다. 한 울릉 주민은 "예전에는 2m 이상 파도만 쳐도 멀미에 시달렸는데 뉴시다오펄호를 타고는 파도를 거의 느끼지 않았고 멀미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배를 타고 5번째 울릉도를 찾은 기자도 앞선 4차례와는 달리 왕복 모두 처음으로 멀미 고통에 시달리지 않았다.

울릉 군민들은 포항~울릉을 오가는 대형여객선 뉴시다오펄호의 취항을 크게 반기고 있다. 저동항 어판장에 걸린 환영 현수막. 김교성 기자
울릉 군민들은 포항~울릉을 오가는 대형여객선 뉴시다오펄호의 취항을 크게 반기고 있다. 저동항 어판장에 걸린 환영 현수막. 김교성 기자

대형 카페리선에 대한 이용객들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울릉도 주요 항구인 사동·도동·저동항을 포함해 울릉도 전역에는 울릉크루즈 취항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민들은 어렵게 취항한 뉴시다오펄호가 사업 허가 조건이나 정부 규제 등 어떤 다른 이유로 운항을 중단할까 우려하고 있다.

뉴시다오펄호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차례 결항한 것도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했기 때문이며 차량 등 화물 적재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차량 탑재는 120대 정도 가능하지만, 크레인을 이용한 탑재만 허용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15대 정도 가능한 상태다. 울릉 주민과 차량 캠핑족 등 이용객들은 이에 따른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1일 포항을 출발, 울릉도로 가면서 기관실에서 만난 뉴시다오펄호 강흥만 선장은 "사업 초기라 거의 매일 운항에 나서는 등 강행군하지만 울릉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 첫 운항 때 울릉 주민들이 감격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강 선장은 "파도를 이겨내는 좌우 날개 시설을 갖추고 있어 높은 파도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날씨로 인해 우리 여객선이 결항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관광객들은 크루즈 탑승의 맛을 톡톡히 느끼고 있다. 9층으로 이뤄진 배에서 6~8층 객실 승객들은 각자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등 휴식할 수 있으며 5층의 공연장을 겸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공연을 볼 수 있다.

추억의 교복 촬영 이벤트 등을 무료로 경험하고 즉석에서 울릉도 호박으로 만드는 빵을 사 먹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기념촬영 장소는 9층 갑판의 헬기장이다. 울릉 사동항과 포항 영일만항 접안 때는 일출과 일몰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포항~울릉을 오가는 대형여객선 뉴시다오펄호 강흥만 선장이 9층 기관실에서 항로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교성 기자
포항~울릉을 오가는 대형여객선 뉴시다오펄호 강흥만 선장이 9층 기관실에서 항로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교성 기자

울릉도로 가는 크루즈 시대가 열렸음에도 아쉬운 점은 독도 가는 길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독도를 가려면 울릉 사동항이나 저동항에서 여객선을 다시 타야 하는데, 1천t 미만이라 상당수는 멀미를 피할 수 없다. 여객선의 독도 접안율이 높지 않기에 관광객들은 선실이나 갑판에서 독도를 관람하는 실정이다.

취재 차 대구에서 헬기를 타고 독도로 바로 간 후 울릉도를 경유, 대구로 돌아온 적이 있는 기자는 울릉크루즈 관계자들에게 뉴시다오펄호의 독도 경유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독도 크루즈 관람을 방해하는 기술적인 문제는 없지만 배 한 대로 운영하는 현시점의 사업 효율성과 경쟁 사업체와의 협의 등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울릉크루즈는 독도의 영토적 중요성과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다수가 독도를 다녀오는 점을 고려해 포항~독도~울릉도 노선의 특별 상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