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 달간 23조원 넘게 순매도…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매물 집중
개인·기관·기타법인 매수로 지수 방어…최근 4거래일 매도 압력 재확대
AI 투자 둔화 우려에 외국인 수급 불안…증권가 "순매수 전환 확인 필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도 국내 증시가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가까스로 버텨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3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으나 개인과 기관, 기타 법인이 매물을 받아내면서 급격한 지수 하락을 방어한 것이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다시 거세지고 있어 국내 자금만으로 증시를 떠받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01포인트(0.62%) 오른 5683.8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5828.13까지 치솟았던 지수는 한때 5421.72까지 밀렸지만, 장 막판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하루 장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만 406.41포인트에 달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4528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1334억원, 9629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물을 흡수했다. 기타법인도 3565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에도 국내 투자 주체들이 일제히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을 막아선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의 이탈 규모는 더욱 두드러진다.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조1491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타법인은 10조7908억원, 기관은 6조2697억원, 개인은 6조421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국내 투자 주체들이 사실상 나눠 받아낸 구조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5조961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2조6192억원, 1조8614억원을 순매수했다. 기타법인도 약 1조4804억원을 사들이며 매수세에 가세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로 순매도액이 12조161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에서도 4조5758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종목의 합산 순매도액은 16조7368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의 약 72.3%에 해당한다.
이어 SK스퀘어(1조1655억원), 삼성전기(1조712억원), 삼성전자우(7956억원) 등에서도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및 관련 대형주가 오히려 외국인 매도의 중심에 선 것이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대응은 종목별로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개인이 한 달간 3조9915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집중적으로 받아냈다. 기관은 같은 기간 2378억원을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개인이 1조6353억원, 기관이 7413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두 투자 주체의 합산 순매수액은 약 2조3766억원으로 외국인 순매도 규모에 크게 못 미쳤다. 이 같은 차이는 기타법인 등 다른 투자 주체의 거래까지 살펴봐야 설명할 수 있다.
기관의 매수도 모든 종목에 고르게 분산되지는 않았다. SK스퀘어를 8480억원 순매수한 데 이어 SK하이닉스(7413억원), SK(5828억원), 삼성SDI(5208억원), LG에너지솔루션(4472억원) 등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은 삼성E&A(4604억원), SK(3898억원), 현대건설(1446억원), HMM(1444억원) 등에서는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매도가 한국 주식 전반에 대한 일률적인 회피라기보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집중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세의 배경으로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과 글로벌 자금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지목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중간선거 결과까지 맞물리면서 반도체 업종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하반기 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 위축과 수급 공백으로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특히 글로벌 투자자들이 AI 관련주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와 업종, 테마별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도 단기적인 변동성을 키웠다.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이 집중된 지역에서 인허가 제한과 전력비용 부담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반도체주에도 매도 압력이 가해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규제 강화 가능성과 실제 AI 투자 축소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데이터센터 규제로 투자 집행이 지연될 수 있지만 건설 자체가 전면 중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 업황과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가 추가 조정을 받더라도 5200선 부근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관건은 국내 자금의 매수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다. 기관 내부에서도 금융투자와 연기금은 최근 한 달간 각각 5조738억원, 1조140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투신과 사모펀드는 순매도했다. 개인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어 국내 투자 주체들이 외국인 매물을 계속 흡수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집중되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만으로 지수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AI 투자에 대한 신뢰 회복과 글로벌 금리 안정, 외국인 자금의 복귀 여부가 향후 코스피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제기된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실제 투자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이라며 "장기금리와 신용위험이 안정되고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확인된다면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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