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개선 약속은 어디로…액티브 ETF 또 상관계수에 발목

입력 2026-11-03 09: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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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액티브 ETF 6종 상폐…수익률 앞서고도 규제에 발목
금융위 상반기 법안 발의 약속했지만 관련 법안 입법 지연
미국·일본은 공시 중심 관리…국내 제도 개선 목소리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지수 연동 의무가 없는 완전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 개정은 여전히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제도 개선 방침을 공식화하고 상반기 중 법안 발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회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채 해를 넘길 상황에 놓였다.

그사이 비교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도 상관계수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상장폐지되는 액티브 ETF는 여섯 개로 늘었다. 정책 발표와 후속 조치 사이의 간극이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 ETF는 오는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된다. 해당 ETF는 지난달 30일까지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기준치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서 퇴출이 결정됐다. 지난 7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액티브 ETF 4종이 상장폐지된 데 이어 8월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상품까지 시장에서 사라진 이후 여섯 번째 사례다.

이번 퇴출은 현행 규제가 액티브 ETF의 운용 목적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2.8%다. 같은 기간 비교지수인 'Solactive Physical AI' 지수는 6.9% 하락했다. 비교지수보다 약 25.9%포인트 높은 성과를 거뒀지만, 상관계수 기준을 넘지 못해 상장폐지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순자산규모도 383억 원으로 상장폐지 기준인 50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HANARO 글로벌피지컬AI액티브의 상장폐지는 비교지수와 실제 투자 성과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됐다.

이 ETF는 피지컬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비교지수와 다른 투자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비교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지수와 ETF의 일간 수익률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날이 늘면서 상관계수가 기준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운용사가 비교지수와 비슷하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지만, 상관계수가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일정 기간의 일별 수익률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만큼 과거에 나타난 움직임의 차이가 지표에 남아 기준치를 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액티브 ETF도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해야 한다. 상장 이후 1년이 지난 상품의 상관계수가 0.7 미만인 상태로 3개월간 이어지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운용역이 시장 전망에 따라 종목과 투자 비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지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비교지수와 일정 수준 이상의 동조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초과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할수록 상장 유지에 불리해질 수 있는 구조다.

상관계수 기준 미달은 특정 운용사의 개별 상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내 ETF 시장에서는 비교지수와 다른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상관계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액티브 ETF가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상장폐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현행 기준이 상품의 운용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도 후속 입법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국내 ETF 시장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수 연동 요건이 없는 완전 액티브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상반기 중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11월에 접어든 현재까지 관련 법안은 발의되지 않고 있다. 규제 완화 논의가 시작된 2020년 이후 6년 가까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연초 제도 개선을 발표하고도 후속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완전 액티브 ETF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추진 단계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도 국내 규제의 경직성은 두드러진다.

미국은 액티브 ETF에 국내와 같은 상관계수 중심의 일률적인 상장 유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대신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내용을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 의무를 두고 있다. 일본 역시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지 않는 액티브 ETF를 위한 별도 상장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상관계수 규제 완화가 투자자 보호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비교지수와의 연동성을 사실상 없애면 투자자가 상품의 운용 방향과 위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액티브 ETF의 운용 자율성을 확대하되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과 운용 방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 체계를 함께 손질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상관계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상품의 투자 전략과 운용 목적을 고려해 상장 유지 요건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