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덮친 인공지능 수익성 한파…포항 '수십조원 컴퓨터 센터' 속도전 괜찮나

입력 2026-11-03 15: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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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2029년 넘기면 공급 과잉으로 손님 못 구해"…광명 2단계 13조원·물 하루 9천톤 숙제

경북 포항 AI데이터센터 조감도. 경북도 제공.
경북 포항 AI데이터센터 조감도. 경북도 제공.
AI 데이터센터 수익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포항의 데이터센터 준공까지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포항 남구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익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포항의 데이터센터 준공까지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포항 남구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에서 '글로벌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착공식 모습. 매일신문DB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수익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십조원대 투자를 추진 중인 경북 포항의 데이터센터 운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급 과잉이 닥치기 전에 시설을 가동하려는 포항시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후속 투자와 용수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2029년까지는 가동해야'…시간에 쫓기는 포항

남구 오천읍 광명일반산업단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포항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는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행사인 네오에이아이클라우드가 자기자본 1천500억원에 금융권 대출 4천500억원을 더해 짓는 시설이다.

1단계 규모는 40메가와트(㎿)로 컴퓨터 장비값까지 포함하면 약 2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NHN클라우드가 시설의 절반 이상을 빌려 쓰기로 계약해 현재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포항시 설명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전국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준공이 늦어질수록 이용 기업과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포항시가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을 동원해 사업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신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데이터센터 임대업체들은 아시아권 수요를 흡수하려면 2029년 말까지는 준공을 마쳐야 한다고 본다"며 "이후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 이용자와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어 시간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사업에 뛰어든 시점과 이용 기업 확보 여부를 중요하게 봤다. 이정훈 한동대 AI혁신센터 실장은 최근 데이터센터 건설 열기가 아파트 분양시장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먼저 수요자를 확보한 업체보다 뒤늦게 사업을 시작해 '미분양'을 떠안은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 실장은 "포항은 이미 착공했고 1단계는 이용 기업도 확보돼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준비 기간만 최소 1년에서 1년 반이 걸리는데, 포항은 빨리 시작한 만큼 충격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도 나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투자에 비해 수익이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지만, AI 이용 자체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13조원 확장 사업에 물 확보까지…남은 숙제는

1단계에 이어 추진하는 2단계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260㎿ 규모다. 포항시가 파악한 총투자 추산액만 약 13조원에 이른다. 시행사는 시설을 이용할 기업들이 상당 부분 윤곽을 드러냈다며 포항시에 기반시설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 기업을 모으는 것과 대규모 투자를 실제로 끌어오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수익성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계획대로 이뤄질지가 사업 확대의 관건이다. 이 실장도 주가 등락보다는 대출과 기업 채권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서버의 열을 식힐 물도 확보해야 한다. 포항시에 따르면 전기는 인근 기존 변전소에서 345㎸ 고압선을 끌어올 수 있어 변전소를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 반면 용수는 2단계부터 부족해진다.

물을 순환시켜 사용하더라도 냉각 과정에서 증발하는 양이 하루 평균 3천~4천톤(t), 최대 가동 때는 9천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배수지를 키우는 공사가 필요할 수 있어 확장 일정에 맞춘 용수 공급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포항시가 남구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유치하겠다고 밝혀 온 SK그룹 데이터센터도 아직 투자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약 30만평 부지에 1.2기가와트(GW), 약 80조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구상이지만 현장 실사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다. 김 국장은 "SK 측으로부터 아직 포항에 투자하겠다는 확답을 듣지 못했고 발표도 미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포항시의 고민도 깊다. 산업 변화에 따라 시설이 애물단지로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철강 불황과 2차전지 투자 둔화 속에서 찾아온 투자 기회를 마다하기도 어렵다. 지금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광명산단 부지 역시 과거 포스코에 필요한 합금철인 페로실리콘을 생산하다 문을 닫은 공장 자리다.

김 국장은 "산업용지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삼성반도체 같은 기업만 골라 데려올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 "산업의 미래나 기업의 성패를 지금 모두 알 수는 없다. 일단 투자하겠다는 기업을 유치하고 전력과 용수를 제때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