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교육정신 깃든 영주 이산서원 '재조명'

입력 2026-11-02 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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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후 첫 학술대회…역사·학문적 가치 살피고 시민 교육공간 활용 모색

'제1회 이산서원 학술대회'가 지난달 27일 이산면 이산서원 앞마당에서 열렸다. 전국 유림과 학계 관계자,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서원의 위상과 현대적 계승 방안을 살폈다. 영주시 제공

퇴계 이황의 교육철학과 실천정신이 깃든 경북 영주 이산서원이 재조명받고 있다. 2021년 복원 이후 처음 열린 학술대회를 계기로 역사·학문적 가치를 되짚고,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열린 배움터로 발전시키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영주시가 주최하고 이산서원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제1회 이산서원 학술대회'가 지난달 27일 이산면 이산서원 앞마당에서 열렸다. 전국 유림과 학계 관계자,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서원의 위상과 현대적 계승 방안을 살폈다.

이산서원은 1558년 당시 영천군수 안상과 지역 사림이 뜻을 모아 세웠다. 퇴계는 서원 이름을 비롯해 강당인 경지당과 성정재·진수재, 지도문 등의 이름을 짓고 교육·운영 지침인 '이산서원원규'를 직접 마련했다.

'제1회 이산서원 학술대회'가 지난달 27일 이산면 이산서원 앞마당에서 열렸다. 전국 유림과 학계 관계자,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서원의 위상과 현대적 계승 방안을 살폈다. 영주시 제공

학생들의 생활 규범과 독서법 등을 담은 원규는 이후 서원 학칙의 모범이 됐다. 퇴계 사후 그의 위패를 처음 모신 서원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1574년 사액서원이 됐으나 1871년 철폐령으로 훼철됐고, 지역 유림의 노력으로 150년 만인 2021년 복원됐다. 현재 퇴계와 제자인 소고 박승임·백암 김륵을 배향하고 있다.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김언종 전 한국고전번역원장은 '이산서원의 위상과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낮은 대중적 인지도를 짚으며 시민 참여 확대를 제안했다.

김 전 원장은 지역을 위해 헌신한 역사 인물을 폭넓게 조명하고, 시민과 청소년이 인성과 인문학적 교양을 배우는 전통문화 평생교육기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고 박승임과 백암 김륵의 삶에 담긴 청빈과 실천의 정신도 오늘의 교육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1회 이산서원 학술대회'가 지난달 27일 이산면 이산서원 앞마당에서 열렸다. 김종길 이산서원 원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영주시 제공

주제발표에서 이수환 영남대 명예교수는 과거시험 중심 교육의 한계를 넘어 선비들이 자율적으로 학문과 인격을 닦았던 공간으로서 이산서원의 의미를 살폈다. 김학수 한국서원학회장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모으고 백성을 보살핀 백암 김륵의 활동을 통해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조명했다.

박창규 전 경북전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청소년 인성캠프 등 서원의 가치를 지역사회와 나눌 방안이 논의됐다.

김종길 이산서원 원장은 "복원된 이산서원의 역사와 학문적 깊이를 재조명하는 것은 후손들의 책무"라며 "상식과 예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묵 운영위원장은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서원으로 가꾸겠다는 뜻을 밝혔고, 황병직 영주시장은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다음 세대에 정신을 전하는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건축물 복원을 넘어 이산서원에 담긴 교육정신을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됐다. 퇴계의 가르침을 시민 평생교육과 청소년 인성교육으로 구체화하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