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당선 도왔던 윤여준, 지금은 "자기 과신 시기 와…유능한 대통령, 스스로 경계해야"

입력 2026-11-01 09:35:35 수정 2026-11-01 09: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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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이재명. 자료사진 연합뉴스
윤여준, 이재명. 자료사진 연합뉴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권력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집권 1년을 넘긴 지금이 오히려 위험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유능한 지도자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쉽다며 "본인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라"는 취지 당부했다.

윤 전 장관은 1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리더십을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판단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무너진 국정의 효율성과 도덕성을 회복할 인물로 이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은 도덕성과 효율성인데, 윤석열 대통령 때는 이 둘이 다 무너졌다. 이대로는 국가가 지탱되지 않는다고 봤다"라며 "망가진 국정을 단시간 내 회복하려면 굉장히 뛰어난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가장 유용한 사람이라고 봤다"라고 했다.

이어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보다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도덕성 문제에서는 상당히 조심하게 되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윤 전 장관의 인연은 성남시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이 먼저 연락해 분당의 한 삼계탕집에서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동아일보·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제16대 국회의원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윤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을 쓴소리도 들을 줄 아는 인물로 기억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정치권에 알려진 것은 2024년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식사 자리에서 윤 전 장관에게 여야 관계를 풀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고, 이후 대선을 앞두고 국민통합을 목표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이끌어 달라고 제안했다.

윤 전 장관은 보수 진영에서 활동한 정치 원로였지만 이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했다. 다만 자신의 합류가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당선이 확정적인 정도의 지지세를 가지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당선에 도움을 줬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수라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그 양반을 보수냐 진보냐로 가를 대상조차 못 된다고 본다. 그냥 무능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 직접 연락하거나 인사를 전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서운하게 여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전혀 없었다. 그런 걸 기대도 안 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나한테 자문을 받은 분들도, 되고 나서는 필요가 없어진다. 대통령 입장에선 굳이 불러서 싫은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나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라며 "지금은 더군다나 국정을 많이 파악했으니 훨씬 능률적으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언급했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사례를 꼽기는 어렵지만, 전임 정부에서 훼손된 국정의 효율성과 도덕성, 신뢰를 회복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서 잘한 일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라면 당장 생각나는 게 딱히 없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망가뜨린 국정의 효율성과 도덕성, 그리고 신뢰를 회복시킨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지금부터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미 과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시기가 왔다. 1년 해보니 이거 별거 아니네 하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워낙 유능한 양반이고 경험이 많으니까. 이걸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유능하고 효율적인 리더십을 가진 분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과신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 점만 경계하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권력이 지도자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도 경계 대상으로 꼽았다. 대통령 주변에는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만큼, 지도자 스스로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고 반론을 검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 전 장관은 미국 대통령학을 연구한 학자들의 견해를 언급하며 "미국의 경우 대통령제지만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권력을 잡는 것은 '도취 효과'가 강하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스스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앞에서 반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반문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행한 대통령이 되기 쉽다. 대한민국이 다스리기 쉬운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참모진의 역할도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경험을 들며, 지도자가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김영삼 대통령을 겪어 봤지 않나. 그분의 좋은 점은 '듣기 싫은 소리를 편하게 듣는다'는 것이다. 언짢은 기색 없이 다 듣고 자신의 반론을 이야기했다. 설득이 되면 '듣고 보니 그렇네, 내가 미처 생각 못 했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지켜본 바로는 참모들이 반론을 제기하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은 "선거 때 잠깐 겪어 보니 쓴소리하기가 쉽지 않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반론 준비가 항상 돼 있으니 참모가 이견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론을 즉각 하고 싶어도 그걸 참고 '알았다, 참고하겠다'고 하고 듣기만 하면 참모들이 편하게 건의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반론을 해 버리면 다시는 말을 못 한다"고 말했다.

정부 출범 이후 중수청 설치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나는 다만 스타일로 짐작할 뿐이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생각되기 쉬운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선거 기획을 맡았고, 2006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나들며 주요 선거에 참여한 정치 원로로, 지난해 대선에서는 이 대통령의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