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경제] "잠 잘 자려고 수천만원까지"…커지는 '슬립노믹스' 시장

입력 2026-11-01 14: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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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촉감 따져…19만원 파자마도 불티
디카페인 인기·수면 관련 식품 매출 급증
수천만원 매트리스에 수면 분석 기술까지

잠 한 번 잘 자는 데도 돈이 드는 시대다. 잠옷은 소재와 촉감을 따져 고르고, 커피는 돈을 더 내더라도 디카페인을 선택한다. 침대에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아끼지 않는다. 숙면을 위해 입고, 먹고, 자는 방식까지 바꾸는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잠을 단순한 휴식이 아닌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인식하면서 '슬립노믹스(Sleepnomics)' 시장이 커지고 있다.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숙면을 돕는 상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유통업계도 프리미엄 잠옷부터 수면 관련 식품, 맞춤형 매트리스까지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가 선보인 가을·겨울 파자마 제품.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재와 촉감, 착용감 등을 고려한 잠옷 소비가 늘고 있다. 자주 제공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가 선보인 가을·겨울 파자마 제품.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재와 촉감, 착용감 등을 고려한 잠옷 소비가 늘고 있다. 자주 제공

◆ 잠옷도 아무거나 안 입는다…소재부터 따지는 '꿀잠 패션'

잠옷 한 벌로 집 안 생활을 해결하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잠잘 때 입는 파자마와 집에서 쉬는 동안 입는 라운지웨어를 구분하고, 소재와 착용감까지 따져 고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수면 전용 슬립웨어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라운지웨어는 3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슬립웨어 검색량도 297% 급증했다. 29CM에서도 지난해 6~9월 홈웨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60%, 파자마 선물하기 거래액은 30% 늘었다.

소재 경쟁도 치열하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지난 27일 면 100% 플란넬 소재에 기모 가공을 더한 가을·겨울 파자마를 선보였다. 잠옷 브랜드 무냐무냐는 실크와 모달을 혼합한 19만9천원짜리 파자마를 판매하고 있다. 피부에 닿는 촉감과 통기성은 물론 디자인까지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것이다.

판매 실적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지난해 6~7월 자주의 코튼레이온 파자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잠옷 브랜드 오르시떼와 무냐무냐 매출도 15% 늘었다. 레이온과 텐셀 등 촉감을 강조한 제품이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숙면을 준비하는 소비는 생활용품으로도 번지고 있다. 아성다이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면양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수면안대는 10% 증가했다. CJ올리브영에서도 온열 안대와 아로마 용품 등 수면 보조용품 매출이 같은 기간 25% 늘었다.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커피와 원두 제품. 숙면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카페인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스타벅스의 디카페인 커피와 원두 제품. 숙면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카페인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돈 더 내도 디카페인"…잠 생각해 커피도 바꾼다

먹고 마시는 습관도 달라지고 있다. 커피를 마실 때는 추가 요금을 내더라도 디카페인을 선택하고, 수면 관련 성분을 담은 젤리나 음료를 찾는다.

실제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4천550만 잔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투썸플레이스의 디카페인 커피 매출도 약 2배 늘었고, 메가MGC커피와 빽다방의 판매량은 각각 약 70%, 330% 증가했다.

대구 중구의 한 카페 직원은 "주문하기도 전에 디카페인이 되는지부터 묻는 손님이 정말 많다"며 "원두와 장비를 별도로 관리해야 하지만, 점주들 사이에서는 디카페인을 취급하지 않으면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디카페인을 판매하지 않다가 새로 도입한 카페도 많다"고 덧붙였다.

카페인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수면 관련 성분을 담은 식품에도 관심이 쏠린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9월 멜라토닌 관련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0%, 테아닌 관련 상품은 368% 증가했다. 온라인몰에서 '수면 젤리'와 '수면 음료' 검색량도 각각 222%, 100% 늘었다.

CJ웰케어가 올리브영에 마련한 식물성 멜라토닌 함유 구미 제품
CJ웰케어가 올리브영에 마련한 식물성 멜라토닌 함유 구미 제품 '멜라메이트' 팝업스토어 전경.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 관련 식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등장하고 있다. CJ웰케어 제공

수요가 커지자 올리브영은 지난 8월 '수면·긴장 완화' 카테고리를 신설해 약 500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CJ웰케어는 식물성 멜라토닌을 함유한 구미 형태의 '멜라메이트'를, 대원제약은 라임과피추출물을 활용한 액상형 제품 '꿀잠샷'을 선보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상품을 한데 모은 전용 코너를 만드는 등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며 "숙면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시장도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잠자리에 수천만원 '플렉스'…똑똑해진 침대

잠을 자는 공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침대를 단순한 가구가 아닌 숙면을 위한 투자 대상으로 여기면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고가 매트리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최상위 브랜드 '에이스 헤리츠'는 올해 1~7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가격은 700만~2천만원대다. 시몬스의 1천만원대 이상 매트리스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도 지난 3월 처음으로 월 판매량 500개를 넘어섰다.

가격뿐 아니라 자신의 체형에 맞는 침대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대구의 한 침대 전문매장은 고객의 신체 조건과 매트리스에 누웠을 때의 압력 분산 상태를 분석해 제품을 추천한다. 최근 이곳에서 상담받은 직장인 김 모 씨는 "평소 편안한 수면 자세를 찾기 어려웠다"며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내 몸에 잘 맞는 침대를 고르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코웨이의 수면 분석 기능이 탑재된 비렉스 매트리스에서 모델이 수면 체험을 하고 있다. 이 제품은 비접촉식 센서로 호흡 움직임과 심박수를 감지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면 정보를 제공한다. 코웨이 제공
코웨이의 수면 분석 기능이 탑재된 비렉스 매트리스에서 모델이 수면 체험을 하고 있다. 이 제품은 비접촉식 센서로 호흡 움직임과 심박수를 감지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면 정보를 제공한다. 코웨이 제공

개인별 체형과 수면 상태까지 고려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침대업계도 관련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코웨이는 지난달 수면 분석 기능인 '비렉스 슬립 싱크'를 탑재한 매트리스 3종을 출시했다. 내장된 센서로 호흡 움직임과 심박수를 감지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면 시간과 단계별 분석 결과 등을 제공한다. 일부 제품은 매트리스의 단단한 정도를 9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렌털업계도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교원 웰스는 이달 프리미엄 구스다운 침구세트 '스위트온'을 출시했고, 청호나이스는 매트리스 신제품 3종을 선보였다. 숙면을 위한 소비가 고가 침대에서 맞춤형 제품과 수면 관리 서비스로 확대되면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