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흥 "쿠팡엔 400회 압수수색, 中알리는 제로"… 규제 형평성 논란 재점화

입력 2026-10-30 10: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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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 출연… "유출범은 중국인인데 처벌은 기업에만 집중"
美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도 "쿠팡만 압박, 中 플랫폼엔 관대" 지적… 한미 통상·안보 리스크로 번져

KBS 라디오 화면 캡쳐.
KBS 라디오 화면 캡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의 고강도 제재가 사실상 '쿠팡 한 곳'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다시 제기됐다. 정작 정보를 빼돌린 피의자는 중국 국적자이고, 비슷한 시기 보안 사고를 낸 중국계 플랫폼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규제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김기흥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30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쿠팡 같은 경우 400회 압수수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3,400만 명의 개인정보를 가져간 사람이 중국인 아니냐"며 "지금 그 중국인에 대해서 뭐 하고 있는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의 문제 제기는 이번 사태의 성격에서 출발한다. 경찰 수사 초기 쿠팡 본사 압수수색 영장에는 중국 국적의 전 직원이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입·비밀누설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쿠팡 내부 시스템에 접근 권한을 가졌던 개인이 범행을 저지른 사건인 만큼, 기업의 관리 책임과 별개로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에 대한 신병 확보와 처벌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와 제재의 무게중심은 줄곧 기업 쪽에 쏠려 있었다는 게 김 대변인의 지적이다.

중국계 플랫폼과의 대비는 더 선명하다. 김 대변인은 "알리익스프레스는 해킹을 당해 넉 달 동안 은폐했는데 과징금 제로, 압수수색 제로"라며 "쿠팡은 400여 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제 말이 아니라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의 서한에 아주 명시적으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지난해 10월 한국 판매자용 비즈니스 포털이 해킹돼 107개 판매자 계정의 비밀번호가 재설정됐고, 이 중 83개 계정의 정산금 수령 계좌가 해커 계좌로 바뀌었다. 당시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국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조차 받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낸 신고서에는 경찰 신고 여부를 '예'로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을 인지하고 내사에 착수했으며, 알리 측이 정산금을 모두 지급한 만큼 판매자의 금전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고 알리를 피해자로 간주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같은 '보안 사고'를 두고 한쪽은 범정부적 제재 대상이 되고, 다른 한쪽은 피해자로 분류된 셈이다.

이 같은 비대칭은 미국 의회에서도 공식 문제로 거론됐다. 존 물레나르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쿠팡이 한국에서 규제 압박을 받는 것과 달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한중 정상급 교류 확대,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 등과 함께 한중 밀착의 근거로 꼽으며, 국무부에 10월 31일까지 관련 위험에 대한 브리핑을 요구했다.

미국 측의 우려는 이미 여러 경로로 표출돼 왔다. 지난 4월 공화당연구위원회(RSC)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사업면허 취소 위협, 서울사무소 무차별 압수수색, 징벌적 과징금, 전례 없는 세무조사 등을 쏟아냈다고 주장하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보냈다. J D 밴스 부통령도 지난 1월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를 직접 꺼냈다. 정부 소식통조차 쿠팡 사안이 한미 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인정했고, 안보 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기업에 대한 제재가 국가 간 통상·외교 리스크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를 한미동맹의 신뢰 문제로 연결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 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북한도 아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데,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 같이 갈 수 있는 동맹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의 잇단 비자 문제에 대해서도 "진성준이든 정동영이든 이종석이든 정청래든 굉장히 표면적인 것"이라며, 본질은 한국의 대중 정책 방향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이런 시각이 특정 행정부의 일시적 기류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중국에 대한 입장은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똑같다"며 "그래서 트럼프는 화장하지 않은 바이든, 바이든은 화장한 트럼프라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쿠팡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 정도로 치부할 경우 사안의 무게를 오판할 수 있다는 경고다.

업계에서도 제재의 일관성을 둘러싼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 대규모 물류 투자와 고용을 해온 기업은 강도 높은 제재를 받는 반면, 국내 보안 인증조차 갖추지 않은 해외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영업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은 필요하지만, 같은 기준이 모든 플랫폼에 적용되고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에 대한 수사도 병행돼야 정부 조치의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지적이다.

다만 반론도 있다. 함께 출연한 신인규 변호사는 "쿠팡 문제는 우리가 일부러 한 게 아니라 쿠팡이 3천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었다"며 "그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미국도 태도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에 이어 비자까지 무기화해 압박하는 것은 길들이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