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소령으로 전역했습니다. 군인이라는 이름표를 떼자 민간 사회는 말 그대로 낯선 세계였습니다. 서른 중반의 가장이었고, 아이들은 이제 막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말은 멋있지만, 그때 제게는 막연함을 넘어 두려움이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군에서 인정받던 경력이 민간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몇 년을 방황했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 어려운 시간 속에서 큰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곳이 제대군인지원센터였습니다. 멘토·멘티 제도로 먼저 길을 간 선배들의 조언을 들었고, 교육비 지원으로 자격 과정을 밟았습니다. 혼자였다면 훨씬 오래 걸렸을 길입니다.
그때 받은 ISO 심사원 과정이 지금 제가 하는 컨설팅 업무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멘토가 되어 전역을 앞둔 후배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받은 도움을 돌려드리는 마음으로, 제가 겪고 얻은 네 가지를 전합니다.
하나, 군대식 사고방식은 완전히 내려놓으십시오.
지시와 명령, 위계와 절차에 맞춰진 사고는 군에서는 강점이지만 사회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사회에는 내 지시를 따라야 할 부하가 없습니다. 고객도 동료도 설득하고 협력해야 하는 상대입니다.
"내가 맞다"는 확신보다 "상대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묻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계급과 경력을 내세우는 순간 대화는 닫힙니다.
둘, 성실함과 충직함은 절대 버리지 마십시오.
버릴 것과 지킬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약속을 지키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고,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군인의 태도는 민간에서 가장 희귀한 자산입니다.
시간 약속, 신속한 보고, 끝맺음이 분명한 일 처리는 그 자체로 경쟁력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신뢰를 쌓아온 힘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셋,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릅니다. 취미로는 좋아하는 일이 즐겁지만, 생계는 잘하는 일에서 나옵니다.
자신에게 세 가지를 물어보십시오. 남들이 대가를 내고 맡길 만한 일인가, 반복해도 지치지 않는가, 군 경험이 강점으로 작동하는가.
군에서 쌓은 기획력, 문서작성 능력, 조직을 이끈 경험 중 시장에서 값어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찾아보십시오. 방향이 정해진 뒤에 자격을 준비해야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능력이 그대로 쓰이는 일을 찾았습니다. 자격과 전문성으로 기업의 막힌 문제를 풀어주는 기술 컨설팅입니다. 군에서 길러온 문서 능력과 신뢰가 가장 큰 밑천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넷, 사회는 군 출신에게 냉정하고 험한 정글입니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십시오.
전역 후 가장 위험한 순간은 퇴직금과 의욕을 안고 서두를 때입니다. 군 출신의 성실함과 신뢰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재촉, 가까운 사람의 권유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하십시오.
큰돈이 걸린 결정은 서명하기 전에 먼저 걸어본 선배와 제대군인지원센터 같은 공적 창구에 반드시 물어보십시오. 전역 직후 일정 기간은 큰 결정을 미루고 배우는 시간으로 삼는 편이 안전합니다.
후배님들의 두 번째 인생을 응원합니다.
두려움은 당연합니다. 다만 혼자 감당하지 마십시오. 먼저 걸어본 선배들이 곁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