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술사연구자
소당(小塘) 이재관의 '오수도'는 이름 없는 한 지식인의 일상을 그린 고사도(高士圖)다. 반면 고사도(故事圖)는 중국 송나라 때 소동파의 유배 때 일화를 그린 '적벽도(赤壁圖)'처럼 유명한 인물의 특별한 사건을 그린다. 유명무명의 문인들 이야기는 한자문화권 회화의 독특한 분야인 일종의 위인도다. 역사적 인물의 행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교훈이 되기도 하고, 생활인의 일과로서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기도 하는 효용성 높은 그림이다.
'오수도'의 고사(高士)가 하는 행위는 낮잠이다. 한적한 서재에서 책 무더기를 베고 잔다. 책이 수북한 책상에 기대놓은 길쭉한 물건은 거문고(琴)다. 방문 좌우의 소박한 휘장, 나지막한 난간, 간소한 디딤돌 등 조촐한 격조가 있는 모자랄 것 없는 집이다. 지붕은 기와이고 솔가지를 꺾어 차양을 덧대었다. 커다란 바위 옆에서 화로에 부채질하던 동자는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노송 아래 두 마리 학을 쳐다본다. 해맑게 웃고 있다.
주인은 찻물을 끓이라고 해놓곤 그 사이 잠들었나보다. 화폭의 아래와 위로 넉넉한 여백을 두어 운치를 돋우면서도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담아 심심하지 않은 화면으로 구성했다. 전문화가 다운 숙련된 솜씨는 묘사하는 형태를 따라 자연스러우면서도 대담하게 이어지는 붓질, 슴슴한 담채에서도 드러난다. 상단에 짧은 제화를 써넣었고 인장은 '진전한화(秦篆漢畵)', '필하무일점진(筆下無一點塵)'이다.
새들이 지저귀며 오르내리는데 낮잠이 이제 들었네
禽聲上下 午睡初足 小塘
소동파는 잠, 곧 꿈나라야말로 언제든 입국할 수 있는 무릉도원이라는 재미있는 산문 '수향기(睡鄕記)'를 지었고 시에서도 잠을 예찬했다. '취포고면진사업(醉飽高眠眞事業)' 구절은 맛난 음식 먹고(飽), 향기로운 술에 취해(醉), 베개를 높이 베고 푹 자는(高眠)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인생이란 이 세 가지 맛을 잘 즐기는데 있을 뿐 무슨 거창한 할 일이 있겠는가라는 반문이다. 그림 속 낮잠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오수도'의 낮잠은 자족의 미학인 것 같다. 책, 음악, 술의 3종 세트에서 술 대신 차가 들어갔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