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크기 거미, 유전체는 인간보다 46억 염기쌍…50% 더 크다

입력 2026-10-29 10: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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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UC데이비스 연구진, 캘리포니아 굴뚜껑거미 유전체 최초 해독…염색체도 52개로 인간의 2배 이상

동전 크기의 굴뚜껑거미 한 종이 인간보다 유전체가 약 50% 크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AI 생성 이미지)
동전 크기의 굴뚜껑거미 한 종이 인간보다 유전체가 약 50% 크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AI 생성 이미지)

동전(쿼터) 크기에 불과한 굴뚜껑거미 한 종이 인간보다 약 50% 큰 유전체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C데이비스)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Journal of Heredity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거미의 유전체 크기는 46억 염기쌍(4.6기가베이스)에 달한다. 이 과(科)에 속하는 거미 중 유전체가 해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거미의 학명은 Aptostichus stephencolberti로, 미국 풍자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Stephen Colbert)의 이름을 딴 종이며, 2007년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 종은 2008년 학계에 정식 기재됐으며, 몬터레이부터 샌프란시스코만 일대까지 이어지는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 사구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이 거미의 유전체는 구조도 복잡하다. 염색체 수는 52개로 인간(23개)의 2배 이상이며, 유전체 크기의 77%는 추가 유전자가 아닌 반복서열이 차지한다. 반복서열이란 유전체 곳곳에 동일한 염기서열이 수없이 복사돼 삽입된 구조를 말한다.

모든 거미류는 이 종을 포함해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는 텔로미어 반복서열을 갖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 점이 거미의 염색체가 척추동물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거미 중 가장 큰 유전체는 아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크기"라고 교신저자인 UC데이비스 곤충학·선충학과 Jason Bond 교수는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가 거미 유전체 구성과 동물 생명나무 전반에서 유전체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전체 연구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재원을 지원하는 '캘리포니아 보전유전체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굴뚜껑거미는 이동 범위가 극히 좁고 서식 해안 사구가 단편화돼 있어, 유전체 데이터로 보호가 필요한 개별 개체군을 식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Bond 교수와 연구진은 이 거미를 처음 발견하고 이름을 붙일 당시 유전체 크기를 알지 못했다. 스티븐 콜베어의 이름이 붙은 것은 콜베어가 코미디센트럴 방송에서 Bond 교수가 다른 굴뚜껑거미 종에 록 음악가 닐 영의 이름을 붙인 것을 지적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