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 개들, 100곳 이상 유전자 위치서 방향성 선택 흔적 확인

입력 2026-10-29 10: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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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 국제학술지 Genes에 발표…DNA 복구·면역 관련 유전자 경로서 적응 신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구역에 서식하는 야생 개들의 유전자에서 환경 적응에 따른 방향성 선택 흔적이 다수 확인됐다. (AI 생성 이미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구역에 서식하는 야생 개들의 유전자에서 환경 적응에 따른 방향성 선택 흔적이 다수 확인됐다. (AI 생성 이미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NPP) 구역에 사는 야생 개들의 게놈에서 100곳 이상의 유전자 위치에 방향성 선택(directional selection) 흔적이 확인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수의과대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Genes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체르노빌 야생 개 집단의 유전적 차이가 돌연변이가 아닌 방향성 선택의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자연선택은 환경 적합도를 높이는 유전자가 집단 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퍼지는 과정이다. 방향성 선택은 자연선택의 한 유형으로, 집단 전체가 소수의 유리한 형질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돌연변이처럼 무작위로 발생하는 변화와는 구별된다.

연구진은 앞서 NPP 구역 개 집단과 약 16km 떨어진 체르노빌 시티 개 집단의 유전적 차이를 비교했다. 체르노빌 시티 개들의 유전자는 러시아·폴란드 등 인근 지역 개들과 유사했지만, NPP 개들은 DNA 복구와 관련된 영역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게놈 염기서열 데이터를 효과적 집단 크기 추정치, 고립된 갈라파고스 섬 개 집단과의 비교, 염색체 수준의 유전자 분화 지수(FST) 분석, 게놈 전체 이상치 탐지, 확장 일배체형 동형접합성, 뉴클레오타이드 다양성, 다지마 D 등과 통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원전 구역 개들의 게놈 차이는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과 달리, DNA 복구·면역 반응·세포 생존과 관련된 특정 유전 형질이 환경 적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선택된 흔적을 보였다. 방향성 선택이 확인된 특정 유전자 위치는 100곳을 넘었다.

선택 신호가 집중된 유전자 경로는 암 발생, DNA 복제·복구, 세포 사멸·생존, 면역 기능과 연관된 것들이었다.

NPP 집단의 유효 집단 크기는 작지만, 체르노빌 시티 집단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NPP 집단에서 유전적 부동에서 나타나는 유전 다양성 감소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고립 자체만으로는 NPP 개들의 유전적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두 개 집단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지만 유전적 차이가 매우 크고, 그 차이는 돌연변이 때문이 아니다"라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수의과대학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적 차이가 선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고립된 집단에서 시간이 지나며 나타나는 유전적 부동에 의한 것인지를 규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오염된 환경에서의 지역 적응과 게놈 회복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환경 오염과 유전적 선택 사이의 연관성이 가능성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으며, 방사선·중금속·유기 독소 등 어떤 환경 요인이 이 선택을 이끌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40주년을 앞두고 만성적 환경 오염 지역에 서식하는 포유류 집단의 게놈 적응을 다룬 연구로, 학술지 Genes 2026년 10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