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노후화, 유지보수 예산부족이 근본 원인"
스페인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충돌 사고로 최소 68명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대형 열차 사고로, 한국인 2명도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잇단 참사 발생에는 유지보수 예산 부족 등 구조적 원인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스페인 중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에서 국영 철도회사 렌페(RENFE)가 운행하는 고속열차가 선로에 정차해 있던 민간 철도회사 이리요(IRYO)의 고속열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카스티야라만차 지방정부는 사고로 최소 68명이 숨졌으며 58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사고 열차에는 한국인 10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2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날 사고는 철도 보안과 신호 체계 전산 오작동으로 수도 마드리드와 남부 안달루시아 구간 열차 운행이 멈추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관제소가 난데없이 렌페 소속 열차에만 운행을 재개하라고 지시한 게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 장관은 "우리 관점에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관제센터에서 운행 재개 결정이 내려졌고 감속 권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시설 노후와 예산 부족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구간은 스페인 고속철도 중 가장 노후화된 노선으로, 유지보수에 충분한 예산이 투입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철도 민영화 후 2019∼2024년 사이 열차 이용객 수는 40%나 증가했으나 예산 대부분은 새 인프라 구축에 쏠렸고, 시설 유지보수 예산은 16% 수준에 그쳤다.
이는 독일이나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 크게 뒤진 수준으로, 이용객 증가에 비해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스페인은 약 4천km에 달하는 유럽 최대 고속철도망을 보유하고 있다. 방대한 철도망 규모 만큼 사고도 잦다. 지난 1월 안달루시아 코르도바도 아다무스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46명이 숨졌다. 앞서 2013년에도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인근에서 고속열차 사고가 나 80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사망자 규모로만 놓고 보면 이날 사고는 그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기차 사고 중 최악의 참사다.
한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사고 현장을 찾아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그는 "스페인과 같은 나라에서 한 해에 두 차례나 고속철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