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외국인 노동자 해외 송금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노동계의 반발과 대통령의 해명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발언의 취지가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내국인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데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외국인 노동자를 '송금 기계'로 폄훼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경제에 '크게' 도움 안 돼"
이 대통령은 27일 X에 글을 올려 자신의 발언을 인용한 언론 보도를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일자리문제 해결이나 소비촉진 내수진작 등 경제기여도를 고려할 때 국외송금을 하는 외국인노동자는 국내경제에 도움은 되나, 내국인 노동자보다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인건비 지원을 통해 내국인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발언의 전후 맥락상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도움은 되지만 '크게' 도움되는 것은 아니라는 비교화법임이 분명한데도 '도움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제하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우리나라 실업문제가 심각하므로 외국인노동자 고용보다는 일자리 재정지원을 통해서라도 국내경제에 더 크게 도움이 되는 내국인 고용을 늘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농어촌 인력난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농업·임업·축산업·어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해외 송금을 거론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가 안보 전략상 농업, 임업, 축산업, 어업 할 것 없이 살려야 하는데 계속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전부 다 송금해버리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 노동자로 종사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 있지 않았느냐"며 "여름철에 계절노동자로 우리 국민들이 일을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내국인을 쓰면 (인건비에) 상당한 액수를 더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관계 부처에는 내국인 계절근로자의 인건비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소득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해외로 송금된다는 점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와 법무부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고용허가제(E-9) 외국인의 총소득 대비 국내외 송금 비중은 56.5%로 집계됐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송금하는 셈이다.
이는 상주 외국인 전체 평균인 25.5%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영주 체류자의 송금 비중은 5.5%, 재외동포는 7.8%로 조사됐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의 송금 비중이 다른 체류 유형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E-9 체류 인원은 약 32만1천명이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의 송금 비중이 높다는 통계만으로 이들의 국내 경제 기여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노동계는 반발
민주노총은 28일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의 발언에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를 '송금 기계'로 폄훼하고 차별을 정당화한 혐오 발언"이라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통계와 현실을 정면으로 왜곡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경제 기여도를 해외 송금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주노동자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수십조원에 달하고 임금의 상당 부분은 한국 내 식비, 주거비, 생활비로 소비돼 침체한 지역 경제를 지탱한다"며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인식이란 믿기 어려울 만큼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의 대가로 정당하게 벌어 본국으로 송금하는 일부 금액을 들어 '국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낙인찍은 것은 명백한 실언이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언론 보도를 문제 삼은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언론보도 탓을 하기 전에 대통령 스스로가 내뱉은 차별적 언사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에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인권 침해를 해소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 임금체불·산재사망 대책 마련, 인간다운 주거권 보장 등 실질적인 이주노동자 인권 대책을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